산문

진달래꽃 지던 날

회색갈피 2015. 4. 6. 21:20

 

                 진달래꽃 지던 날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 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어찌 이 땅에 영변의 약산 진달래뿐이랴.

    동네 뒷산에도 앞산에도 진달래가 피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든, 지겨워서 가든 진달래꽃을 따다 뿌려주고 사뿐히 즈려밟고  

   걸어가게 할 지고지순한 사랑 있을까.

                   

 

 

    사랑에 취해 몽롱하게 행복했다가 헤어지고 난 후 원망하고 미워하며 아파하는 사랑에 총 맞은 사람들.

    사랑은 허망하고 부질없는 돌아서면 아픔인 것을.

    사랑이 아프거든 가까운 산에 올라 껍데기만 남은 산을 물들이고, 채우는 진달꽃을 보며 사랑하자.

    첫 만남, 첫 눈빛, 첫 입맞춤, 첫사랑으로 설레던 날들을 기억하며 꽃잎마다에 진실한 언어로 편지를 쓰자.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래성을 쌓듯 다독이며 이야기 하자.

    세월 따라 하릴없이 꽃잎이 질 때 내 생도 그렇게 아름답게 저물도록.

 

 

          마지막 사랑

 

 

    산에서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세 갈래의 길을 만났다.

    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다 맨 아래쪽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희붐한 여명 속 저만큼에 진달래꽃이 보여 그 길을 선택했다.

    처음 피는 진달래꽃,

    첫 만남 첫사랑 첫 입맞춤 같은.

    기억 속에서 지워진 어디쯤 있을

    그녀의 첫 눈빛은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던가

    아니 립스틱 바르지 않은 입술이었던가.

   

    가파른 길을 따라 걷자 진달래꽃 눈이 마주쳤다.

    그 중 제일 예쁜 꽃

    있었다. 가시덤불 속.

    그건 불륜이었다.

    다시 두 개의 길이 나타났다.

    주저 없이 진달래꽃이 보이는 길을 따라 걷자 잃었던 길이

    있었다.

    산 아래에서 큰길로 가지 않고 맞은편 좁은 오르막길을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 길에 올라

    평탄한 길을 얼마쯤 걸었을까.

    진달래꽃이 무더기로 핀 채 막 떠오르는 햇빛에 반짝였다.

    한 진달래꽃 앞에 서자 진달래꽃이

    미세하게 떨었다.

    설렘!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사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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