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지꽃

회색갈피 2018. 11. 19. 19:45


     얼레지꽃

 

 

호젓한 선암사 숲길

고혹의 춤사위

여민 저고리 밑

살짝 드러나는

속세의 징표

고깔 속 뜨거운 열정

고행으로 억누른 흔적

말끔히 지우지 못한 채

삭발한 머리 위로

쏟아지는 고뇌

삼백마흔여덟 계보다

버거운 인연

행여

스칠 수 있을까

선암사 많은 사람 오가는

바위 틈

나른하게 젖어드는

보라빛 애욕

어둑새벽

전율하는 법고 소리

텅 빈 법당

땀에 젖은 승복

합장하고 엎드려도

승과 속의 경계를 넘지 못한

번뇌

깊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