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불편한 해후

회색갈피 2020. 7. 28. 14:38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왜 무슨 일 있어?”

필드에 나가는 날이라서.”

 

문정을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10여 년 전 모임에서

만난 후 다시 만났으니까. 결혼식이 끝나고

식당에 마주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한 말이었다.

 

귀에는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기다란 귀

이가 늘어져 있고, 왼손과 오른손 약지에는

반지 두 개가 엘이디 등의

불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고, 길게 기른

손톱을 핑크색을 중심에 두고 검은색이 양쪽

에서 감싸고 있었다.

 

그건 뭐 흔한 여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렇지

만 짧은 골프치마와 골프화를 신은 모습은 결

혼식장에 오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

었다.

그 골프화 비싸 보이는데?”

. 이거 별거 아니야. 세일하기에 샀어.

백만 원 안 돼.“

 

이백만 원이 푼돈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퍽 낯설게 느껴졌다. 단발머리를 은사시 나뭇잎

처럼 날리며 운동장을 달려가던 생생하고 풋풋

했던 유년의 모습이 짙은 화장으로 위장한 그의

얼굴에 겹쳐졌다.

이백만 원이 안 된다고? 그거 웬만한 사람들

한 달 월급이야.“

, 천하의 김진욱이가 웬 청승이야?”

 

풀만 먹고 사는 초식동물처럼 채소만 먹던 그가

처음으로 고기를 한 점 입으로 가져가며 깔아뭉개

듯 말했다.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나 먼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