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행선 눈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최종국. 변상일 선수 기권승

회색갈피 2025. 1. 23. 17:55

 

 

2024년 우리나라 바둑은 신진서와 최정 선수의 부진이 세계대회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두 선수의 부진은 바로 세계대회의 부진으로 이어지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우리나라 바둑의 현실이 그렇다. 남자 바둑이 세계대회에서 중국 선수를 확실하게 이길 선수가 신진서 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 우리 남자 바둑의 현실이고, 우울한 미래에 대한 전망이다. 여자 바둑은 국내에서는 김은지 선수가 최정 선수를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아직 세계대회에서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LG배에서 신진서 선수가 탈락하고 변상일 선수가 결승에 올라 커제 선수와 만났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변상일 선수는 커제 선수를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60승이라는 절대적인 약세로 이번 결승에서 기대보다는 운을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1국에서는 역시 변상일 선수는 커제를 이길 수 없었다. 2국에서도 결코 우세하다고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커제 선수가 사석을 처리할 때 우리나라 규칙인 통에 넣지 않고 탁자 위에 두 번이나 놓음으로써 반칙패를 당했다. 3국에서는 모처럼 변상일 선수가 13점 이상 유리한 상황에서 커제 선수가 반격을 가하며 바둑은 끝나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는 국면이었는데, 2국에서처럼 사석을 통에 담지 않고 탁자 위에 놓음으로써 2집 페널티를 받게 되었는데 커제 선수는 그걸 인정하지 않고 대국장에서 떠났다고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 중국 바둑에서는 중국의 룰을 따라야 하고, 한국에서는 당연히 한국의 룰을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커제는 2국에서 반칙패를 당하고도 또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이건 누구를 탓할 문제가 아니고 커제 자신의 경솔함 때문이라는 말 외에는 할 말이 없다.

 

변상일 선수가 통쾌하게 이기는 모습을 많은 바둑 팬들이 기대했을 텐데 결과는 기권승이라는 사상초유의 결말로 끝나고 말았다. 당연히 변상일 선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행운이 따랐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기권승도 실력이라고 자위하는 수밖에.

 

 

(변상일 선수가 유리한 국면에서 커제 선수가 반칙을 하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