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와 나무

야구. 에이징 커브를 뛰어넘는 최형우 선수와 무명에서 전설을 쌓아가는 성영탁 선수

회색갈피 2025. 6. 23. 15:41

 

 

살면서 가끔 삶의 반전을 꿈꾼다. 흙수저를 벗어나고 싶어 좋은 꿈이라면 꾸면 로또 복권판매소로 발길을 향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삶의 반전에 대한 간절한 꿈은 그냥 꿈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5년 프로야구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 중 하나는 최형우 선수의 활약일 것 같다. 올해 나이 42. 어느 팀의 감독을 해도 별로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나이지만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런데 최형우 선수의 활약이 예사롭지 않다. 기아에서 유일한 3할대 타자이고, 홈런도 13개로 팀 내 1위다. 올해 기아의 부동의 4번 타자로 해결사라는 명성에 녹슬지 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이순철 해설 위원은 최형우 선수에게 그렇게 잘하면 후배들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타하듯 묻는 말에 배 나온 이웃집 아저씨의 모습 그대로 그냥 허허 웃기만 했다. ‘선수는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며, 부상도 선수의 책임이라는 따끔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부상을 당해 팀을 이탈한 선수들에 대한 섭섭한 나름의 조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를 잊고 해결사로 활약하고 있는 최형우 선수는 기아라는 팀을 떠나 젊은 야구선수들이 배우고 본받아 활기차게 활동해서 프로선수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성영탁 선수는 24년 프로야구 선발 110명 중 96번째 순위로 겨우 기아에 선발된 무명 선수다. 올해 기아 투수들이 줄줄이 부진과 부상으로 어려움에 처하자 1군에 올라왔다. 패전 처리용 투수 정도로 생각하고 감독이 불렀는데, 성영탁 선수는 현재(2025.6.23.) 17이닝 동안 무실점 호투하고 있다. 이 기록은 기아의 레전드 조계현 선수의 13이닝을 넘어선 기록이고,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3번째 놀라운 기록이다. 성영탁 선수는 강속구를 던지는 선수가 아니고 140km를 넘나드는 볼을 던진다. 그렇지만 제구력이 좋아 홈플레이트에서 종과 횡으로 변화하는 볼에 타자들이 볼을 맞혀도 빗나가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강점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 선수의 강점은 흔들리지 않는 맨탈에 있는 것 같다. 안타를 맞아도 얼굴에 감정의 변화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투수가 맨탈과 제구력이 좋다는 것은 투수로서 대성할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이를 뛰어넘는 최형우 선수와 무명에서 전설을 쌓고 있는 성영탁 선수를 보며 야구 이상의 것을 생각한다. 흙수저라는 무명 선수 같은 삶을 사는 많은 사람도 전설을 만들어 가는 한 가닥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