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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 10. 25. 13:41


                   108

                                                                 

                               殘夜

     

     

       세상에서 가장 낮은 땅으로

       내 무릎, 내 머리. 내 심장을 차례로 내려 보낸다.

     

       오장육부에 달라붙어

       거친 짐승의 숨소리로 헐떡이던

       분노들이

       한 구멍 한 구멍 열린 몸 틈을 타고

       짜디짠 물이 되어 떨어진다.

     

       아~~

       다 말라버렸으면.

     

       기척도 없이 슬그머니 기어 들어와

       뱀처럼 똬리를 틀고

       내장을 휘감아 옭죄는

       그리움, 원망조차 다 말라 버렸으면.

     

       그리하여 나는 뼈대만 남아

       보드랍고 따뜻한 살의 기억은

       다 버리고

       겨울 나목처럼 무심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

     

       백팔 번 조아리면 그리 될까나.

       백팔 번 서러우면 그리 될까나.

     

       나는 밤새 백팔 번 나를 세우고

       나를 부순다.

       대책 없이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서러운 짐승의 멱을 누르며

       죽어라, 죽어버려라.

       백팔 번 '꺽꺽'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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