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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殘夜
세상에서 가장 낮은 땅으로
내 무릎, 내 머리. 내 심장을 차례로 내려 보낸다.
오장육부에 달라붙어
거친 짐승의 숨소리로 헐떡이던
분노들이
한 구멍 한 구멍 열린 몸 틈을 타고
짜디짠 물이 되어 떨어진다.
아~~
다 말라버렸으면.
기척도 없이 슬그머니 기어 들어와
뱀처럼 똬리를 틀고
내장을 휘감아 옭죄는
그리움, 원망조차 다 말라 버렸으면.
그리하여 나는 뼈대만 남아
보드랍고 따뜻한 살의 기억은
다 버리고
겨울 나목처럼 무심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
백팔 번 조아리면 그리 될까나.
백팔 번 서러우면 그리 될까나.
나는 밤새 백팔 번 나를 세우고
나를 부순다.
대책 없이 씩씩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서러운 짐승의 멱을 누르며
죽어라, 죽어버려라.
백팔 번 '꺽꺽'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