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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나무
새는 날갯짓을 할 때마다
깃털이 뽑혀
창백한 겨드랑이 드러나고
점점 묽어지는
적혈구의 농도
단세포 기름기마저
분분히 흩어지고
담담하게 비상하던 일상조차
어석어석
서릿발처럼 일어서는
아픔
무디고 끈적한 나무의 수액을
수혈한 뒤
한껏
슬피 날았다.
나무는 바람을 안을 때마다
찢겨나가는 잎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람을 등지며
생장점이 부패하는 뿌리로
자꾸만 뒤틀리는 줄기를
애오라지 참수하는
꿈을 꾸었다
새는
숨이 턱 막히는
대기권 끝까지
날아올라
한 점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까마득한 추락을 고뇌했다.
나무는
수십 년을 뿌리내려
미움처럼 견고한 세월
켜켜이 불려
부동의 중심을
지탱할 수 있었지만
무거움을 자책했다
새는 흔들리는 중심을
고뇌하며 다시 날고
나무는 비상을 상실하는
부름켜로 더욱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