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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와 나무
    2017. 12. 13. 14:30


          새와 나무

     

     

    새는 날갯짓을 할 때마다

    깃털이 뽑혀

    창백한 겨드랑이 드러나고

    점점 묽어지는

    적혈구의 농도

    단세포 기름기마저

    분분히 흩어지고

    담담하게 비상하던 일상조차

    어석어석

    서릿발처럼 일어서는

    아픔

    무디고 끈적한 나무의 수액을

    수혈한 뒤

    한껏

    슬피 날았다.

     

    나무는 바람을 안을 때마다

    찢겨나가는 잎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바람을 등지며

    생장점이 부패하는 뿌리로

    자꾸만 뒤틀리는 줄기를

    애오라지 참수하는

    꿈을 꾸었다

    새는

    숨이 턱 막히는

    대기권 끝까지

    날아올라

    한 점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었지만

    까마득한 추락을 고뇌했다.

     

    나무는

    수십 년을 뿌리내려

    미움처럼 견고한 세월

    켜켜이 불려

    부동의 중심을

    지탱할 수 있었지만

    무거움을 자책했다

    새는 흔들리는 중심을

    고뇌하며 다시 날고

    나무는 비상을 상실하는

    부름켜로 더욱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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