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는 또 떠나고
기차가 저 홀로 떠나는 것만 보아도
가슴이 아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싣고 떠나는 기차를 바라보면
눈물이 흐르는
사람 하나쯤 탔을까
늙은 팽나무 길 돌아
노을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서울 행 기차
시간이 빠져나가
숭숭 구멍을 드러내는 후미진 등뼈
골다공증은 깊어
와르르 내장으로 쏟아질 것 같아
풀잎처럼 휘어진다.
기차는 또다시 어둠 속으로 떠나고
그물처럼 얇아지는 삶의 부피
질량의 부박
기차는 불을 밝혀 균질한 외로움을 드러내고
또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