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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초
    2018. 1. 9. 22:03


               벌초

     

     

     

    이승의 인연 끊고

    장군산 외진 음지에 묻힌 당신

    오후의 햇살로 씨를 뿌렸나

    웃자란 그리움이 무성하게 묘지를 덮고

    불을 끄지 못하고 뒤척인 밤

    첫새벽,

    턱밑이 거뭇한 두 아들 앞세워 세월의 흔적을 지우는데

    아직도 삭으러들지 않는 불덩이.

    새벽 소나기가 묘지 위 잔디를 키우고

    올해는 달맞이꽃 메꽃으로 사치했어도

    황토가 드러나도록 벌초를 하면

    올 겨울 당신의 소리 없는 미소

    성에 되어 창을 두드릴 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뜨거운 애욕 곱게 다듬어 작은 비석이라도 하나 세우면

    행여 육질 없는 성긴 가슴에 박힌

    당신의 자리를 메울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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