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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이승의 인연 끊고
장군산 외진 음지에 묻힌 당신
오후의 햇살로 씨를 뿌렸나
웃자란 그리움이 무성하게 묘지를 덮고
불을 끄지 못하고 뒤척인 밤
첫새벽,
턱밑이 거뭇한 두 아들 앞세워 세월의 흔적을 지우는데
아직도 삭으러들지 않는 불덩이.
새벽 소나기가 묘지 위 잔디를 키우고
올해는 달맞이꽃 메꽃으로 사치했어도
황토가 드러나도록 벌초를 하면
올 겨울 당신의 소리 없는 미소
성에 되어 창을 두드릴 때 견딜 수 있을 것 같아.
뜨거운 애욕 곱게 다듬어 작은 비석이라도 하나 세우면
행여 육질 없는 성긴 가슴에 박힌
당신의 자리를 메울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