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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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깽 소설 「처절한 정원」독서 2024. 12. 1. 16:12
이 소설은 2000년 출간되어 일 년 넘게 프랑스에서 베스트 셀러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등에서도 저작권이 팔렸다고 한다. 겨우 60쪽인 이 소설이 이렇게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 중 하나는 드골 정권에서 파리 경찰국장, 지스카르 데스땡 정권에서는 예산 장관까지 지낸 파퐁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나치 정권에서 치안 책임자로 있으면서 1,500명의 유대인을 체포해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보낸 것이 들통 나 1999년에 재판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일제에 부역한 사람들이 해방 후 중요한 직책에 앉아 떵떵거리고 살았지만, 프랑스는 나치 정권의 꼭두각시인 비시 정권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을 철저하게 색출하고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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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소설 「영원한 천국」독서 2024. 11. 14. 12:59
정유정의 소설은 종횡무진 자유분방 하다고 할 수 있다.스릴러 소설로 볼 수 있는 ‘7년의 밤’, 재난 소설 ‘28’ 그리고 SF(science fiction) 소설인 ‘영원한 천국’을 만났다. 한강의 소설이 폭력에 고통받은 사람들에 천착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한강 소설의 특징이 악기로 비유하면 감성을 섬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바이올린 같다고 한다면, 정유정의 소설은 감성보다는 명확한 울림을 주는 피아노 같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그림에 비유한다면 한강은 난해한 추상파 그림 같다면, 정유정은 강한 색채와 개성을 나타내는 야수파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강의 소설은 재미가 없어 공부하듯 읽어야 하고, 정유정의 소설은 재미있어 그냥 읽으면 된다. 내 생각이다. 정유정은 이 소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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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마다 검지와 중지를 찔러 피를 내는 아픔(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독서 2024. 11. 7. 10:34
한강의 소설을 대하면 가슴이 저린다.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전체를 아우르는 고통도 그렇지만 부분적으로 ‘나라면 과연 견딜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 있었다.친구 인선과 내(경하)가 통나무 아흔아홉 그루를 세우기로 했지만, 이런저런 일로 포기하고 있었는데, 인선이 그 통나무를 준비하다가 검지와 중지를 잘라 접합 수술을 한 후 입원했다. 접합 수술은 끝났지만 3분마다 퉁퉁 부은 두 개의 손가락을 주삿바늘로 찔러 피를 흐르게 하고 아픔을 느끼게 해야 한단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잘린 위쪽 신경이 죽어버린다고 한다. ‘인선의 속삭임이 끊어졌다. 간병인이 바늘 하나를 소독한 뒤 인선의 집게손가락에 가져가, 아직 피가 굳지 않은 봉합된 자리를 서슴없이 찔렀기 때문이다. 인선의 손과 입술이 동시에 떨렸다. 간병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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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독서 2024. 10. 29. 09:47
우리나라에 갑자기 독서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 태풍의 눈에는 한강의 노벨상이 있다. 우리로서는 너무 늦은 노벨 문학상이다. 그간 몇 명의 작가가 노벨 문학상 수상에 후보에 올랐고 상당한 기대도 했지만 끝내 우리 작가는 호명되지 않았다. 나는 우리나라 작가 중에 노벨 문학상 수상을 받았으면 하고 바랐던 아니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작가가 몇 명이 있다. 박경리, 황석영, 조정래, 최명희, 고은, 신경숙 등이었다.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노벨 문학상을 받기 전에 읽었고,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금 마지막 장을 넘겼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전에 읽었던 책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재미가 없었다. 독자의 처지에서는 소설이 엄청 심오한 주제와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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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독서 2024. 10. 17. 12:43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후 독서 광풍이 불고 있다. 좋은 일이다.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잉크 냄새가 향긋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책 속에 빠지는 것은, 잊고 있었던 아니 어쩌면 잃어버렸던 학생 시절로 되돌아가 빠삭한 종이 감촉과 문자가 내뿜는 작가의 숨겨진 생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일이니까. 왜 소설을 읽어야 할까?‘소설은 우리에게 원하는 것 만을 주지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이 우리에게 우리가 원하는지조차 몰랐던 것들을 줄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이다.’(시와 소설에서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받은 로버트 워렌) ‘비가 올 것 같아.너는 소리 내어 중얼거린다.정말 비가 쏟아지면 어떡하지.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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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독서 2024. 10. 12. 15:47
「채식주의자-몽고반점-나무 불꽃으로」 이어지는 한강의 소설에 대한 찬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내 독서 성향이 남들이 다들 좋다고 하는 베스트셀러는 엉덩이 뿔난 송아지처럼 거부하고 보는, 독특하다기보다는 ‘나는 당신과 다를 수 있다’는 차별적인 선택으로 근거 없는 혹은 되바라진 건방과 자만이라는 사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논리나 타당성도 없는 개폼을 잡는다고나 할까. 그 선택의 남다름은 어쩌면 사람들과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는 아니 나서기가 겁이 나는 비겁함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남이 하는 말이나 행동은 무조건 거부해서 자신은 다르다고 믿는 억지 입장 같은 것이나 회피의 정신 승리. 그럼에도 이 책을 읽게 된 건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이 뉴욕 타임지가 선택한 2016년에 읽어야 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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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독서 2024. 1. 23. 13:34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먼저 읽었고,신경숙의 소설 ‘아버지에게 갔었어’를 뒤에 읽었다.두 소설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아들이 아닌 딸이 아버지의 삶에 대해 회고하는 내용, 두 소설에서 아버지는 그 당시 아버지들에게서보기 힘든 온화하고, 넓은 마음으로 이웃과 주변사람에게 따뜻한 정을 베푸는 아버지, 이념의 희생자이지만 반대 이념을 가진 사람까지도 적대시하지 않는아버지, 일반적인 사람들이 받은 피해보다 더 혹독하게 갚아주는 장삼이사의 모습이 아닌 너무도 휴머니스트인사람이다. 과음하거나 노름하는 그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 아닌 모범적인 아버지로 그려진다. 정지아의 소설 속 아버지처럼 신경숙 소설의 아버지도 가난하지만 넉넉한 마음을가진 따뜻한 사람이다. ‘덩치가 산만 하고 귀가 어둡고 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