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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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변주곡시 2024. 4. 5. 17:56
사랑의 변주곡 김수영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 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 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구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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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시. 화암사와 화엄사시 2024. 3. 16. 10:38
화암사, 내 사랑 안도현 인간세(人間世)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 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 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바람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음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아예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마을에서 먼저 와 있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