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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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시시 2022. 11. 20. 17:10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필라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11월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어린 장미 한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가을의 끝 릴케 언제부턴가 나는 모든 것이 변하여 가는 것을 보아 온다 일어서서 행동하고, 죽이고, 서럽게 하는 것들을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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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산딸기시 2022. 6. 13. 12:26
어머니의 산딸기 회색갈피 아버지 머리 깎아주어야 한다며 낫을 들고 뒷산으로 간 어머니 해질녘 돌아와 마루에 털썩 내려놓은 바구니 안 산딸기 하얀 사기그릇에 객혈을 한 채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소녀는 차마 산딸기를 먹지 못하고 장독 뒤 꽃밭에 묻었습니다. 나이 들어 찾아간 고향 아버지 산소가 있는 뒷산에 그 산딸기가 익었습니다. 빨강색이 너무 짙어 몽환의 슬픔으로 깊어져 풀잎에 꿰어 아버지에게 드렸습니다. 산딸기 권순자 지쳐 고개 떨구고 걷는 외진 오솔길 풀섶에 숨어 나를 훔쳐보는 붉은 눈동자 서늘한 아침 이슬에 함초롱히 젖어 고운 치아까지 빨개져 나에게 건네는 달콤새콤한 위로慰勞 세 송이 꽁꽁 숨어버린 용기 멋쩍은지 슬그머니 힘 다발 내미는 여름 아침 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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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잔인한 달시 2021. 5. 3. 12:39
4월은 잔인한 달 제주 4.3 4.19 의거 4.16 세월호 코로나 19 미얀마 4월 30일 죽음의 질곡에서 애증 없는 폭력 죽은 자들은 예수처럼 부활하지 못했다. 된서리 뚫고 해토머리 부여잡은 수선화 뻐꾸기보다 먼저 진달래 선홍빛 울음 울고 백목련 자목련 가지마다 초파일보다 먼저 등롱 내걸고 불꽃으로 찾아와 꽃보라 꽃눈개비로 강물에 눕고 엎드린 벚꽃잎 “민주야!” 이 땅과 미얀마의 절규 “왜 ? 왜 ?” 7년을 승천하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혼이 되어 부르는 엄마의 피맺힌 외침 예수가 부활하듯 민주가 생명이 정의가 살아나지 못한 홀로 화려한 4월은 잔인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