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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변주곡
김수영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절도는
열렬하다
……
아들아 너에게 광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인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미대륙에서 석유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도시의 피로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 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 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뛰는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 같은 잘못된 시간의
구릇된 명상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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