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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세월이 비만해지도록 살아오면서
바닷가에 서면 아직도
사춘기 소년처럼
낭만에 젖어 들썩이곤 한다.
시퍼런 하늘과 바다가
서로 엉켜
수평선 위에
하나의 몸으로 누운 게
마냥 좋았지.
더러는
모래톱과 벼랑에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달려들어
제 몸을 짓이겨
허옇게 흰자위를 드러내고
무모한 모습으로 아우성치는 게
두렵기도 했지.
때론
바로 눕지 못하는 둔치까지
조약돌을 밀어 올려
좌르르 좌르르
울음 울 때
슴슴한 여백을
비상하는 파도의 비말로
채워 넣기도 했지.
혹은 두껍게 낀 해미 속을
기진하도록 걷다가
서서히 드러나는 속내가
수치스러워
온종일 흐릿한 시선으로
멀미를 하기도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