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일 밤. 국민이 충격에 빠진 날이었다. 일반 사람은 비상계엄 선포 그 말을 처음 들을 때, 누구나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있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무서운 발표였다.
2024년 12월 14일 오후 5시. 드디어 내란 수괴 윤석열의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다. 그 순간 여의도에 모인 이백만 명의 시민과 TV나 스마트폰을 숨죽이고 보고 있던 사람들이 함께 환호성을 질렀다.
찬성 204표, 반대 85표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결되었습니다”와 함께 두드린 의사봉 세 번째 모습, 입을 꾹 다물고 내려치는 그 모습과 소리가 얼마나 강하고 결연했는지! 주의 깊게 바라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람들은 찬성표가 너무 적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열두 표를 얻어내기 위해 국민이 추위 속에서 열하루 동안 평온하게 누렸을 일상을 포기하고 한마음으로 고생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다. 일차 표결 때 회의장을 이탈했던 강고한 동맹을 맺은 의원들이었다. 그들을 흔들리게 만든 이유는 지역에서 그리고 의사당 앞에 모이는 엄청난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퍼포먼스 때문이었다.
사극을 보면 왕 앞에 엎드린 신하가 왕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하는 말이 있었다. “전하, 아니 되옵니다. 부당하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라고 죽음을 각오하고 간하는 신하들이었다. 우리 조상은 그렇게 강직한 신념으로 조선 5백 년 지켜온 사람들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할 때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는 당시 유학에 뛰어난 학자로 청렴하고 올곧은 학자였다. 그렇지만 중화사상이 학문과 윤리의 기준이었던 그는 굽히지 않고 반대하다 투옥되었다. 그가 훈민정음을 반대했던 이유는 중국과의 외교적, 문화적 사대를 위반하는 일, 새 문자를 만드는 것은 오랑캐의 일, 언문 창제는 한문으로 된 성리학 연구에 손해가 된다는 점 등 이었다.
디지털 시대에 최적화된 한글로 가장 빠르게 자판을 두드려 텍스트를 완성할 수 있는 문자를 내다보는 안목은 그에게 없었지만, 한문 숭배와 중화주의자였던 그가 보였던 기개는 본받을 만하다.
조선시대 신하들이 목숨을 걸고 간하던 “전하, 아니 되옵니다. 부당하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는 2024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열하루 동안 국회의원들에게 이렇게 바꾼 외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