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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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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암사 좁은 마당에 섰을 때
세월은 멈춰 선 듯
옹이 박힌 늙은 기둥을 안은 묵적루
소복하고 마주 기댄 쌍여닫이문
틈이 벌어져 투박한 우화루 마룻장
서로 닿을 듯 늘어뜨린 처마
머리를 맞댄 지붕 사이를 비집고
작은 마당으로 들어온 불명산
그래도 내가 설 수 있는 마당 한 켠
내주고 소리 없이 미소 지으며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봉우리 아래
화암사는 묵언 참선 중이었다.
※ 화암사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작은 절입니다.
안도현 시인이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 주지는 않으렵니다’라고
했던 그 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