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만
박철웅
굽이굽이 흐르는 순천만은 여인의 S라인을 닮았다
직선의 삶을 살지 못하여 곡선으로 떠밀려 온 삶을 닮았다
왜 순천만은 직선을 두고 아리랑 곡조 같은 음률로 흘러 왔을까
왜 순천만은 진흙탕 세월을 흐르면서 붉은 능금처럼 빛날까
굽이굽이 흐르는 만을 바라보고 있으면 우우 우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이 불 때마다 우우 우는 저 소리들, 무슨 사영이 있는 걸까
흐르는 물소리도 숨죽이는 저 곡조들, 웅성거리는 저 신음들,
진흙탕 같은 세월을 흐르면서 쉼 없이 키워가는 갈대숲의 저 노래들
굽이굽이 흐르는 만을 흘러왔던 시간을 생각한다
직선도 곡선도 때가 되면 같은 자리에서 만나더라
누구는 골목길을 돌아돌아 어깨동무하며 휘파람을 불고
누구는 큰길을 직선으로 달리고 달려 숨이 헉헉 차오르고
순천만은 가장 낮은 바닥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흐른다
구름처럼 이리 기웃 저리 기웃 기웃거리다가 깔깔 웃어주고
구경 나온 사람들처럼 시간도 정지된 듯 안단테로 노래하고
구름 같은 사람들에게 함께 걷자며 천천히 천천히 곡선으로 흐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