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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시
    2018. 3. 29. 12:17

     

     

    4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이른 봄

                                              호프만시탈

     

    봄바람이 달려간다. 황량한 가로수 길을.

    힘을 지닌 봄바람이 달려간다.

     

    울음소리 나는 곳에선 몸을 흔들고

    헝클어진 머리칼 속에 휘감겨 들었다.

     

    아카시아 꽃들을 흔들어 떨어뜨리고

    숨결 뜨겁게 몰아쉬고 있는 두 연인을 싸늘하게 했다.

     

    웃음 짓는 아가씨의 입술을 살짝 어루만지고

    잠이 깨어 부드러운 들판을 여기저기 더듬고 갔다.

     

    목동이 부는 피리 속을 빠져나와 흐느껴 우는 소리처럼

    새벽노을 붉게 물든 곳을 훨훨 날아서 지나왔다.

     

     

     

    망운암 보살님

                                                회색갈피

     

    바가지 하나 띄우면 가득 차는

    쬐그만 바위샘

    물이 달다며 좀 쉬어가라던

    번뇌 없는 보살님의

    목소리에 끌려

    암자 마루에 앉자

    물 한 그릇 정갈하게

    내미는 얼굴에

    미소가

    무념무상 같아

    고개 들었더니 산 아래

    남해가

    사랑이었든가

    해탈이었든가

    스치는 인연에도 그냥 보내지 못해

    단물 한 그릇

    대접하던 보살님의 마음.

    문득

    비 내리는 4

    누군가

    어깨를 가만가만 쳐서

    뒤돌아 보려하니

    꼼짝달싹 할 수 없는 묵직한 힘

    바위처럼 버티고 있길래

    당신은 누구세요?

    물었더니

    대답대신 가만히 목덜미를 껴안는

    꽃잎 하나

    꽃물 녹아 심장으로 흘러들어

    핏줄 따라

    척추 아래 어디쯤에 머물며

    사립문에 앉은 잠자리 날개 처음 잡아 보던 날

    꼬리뼈 새콤하게 시리던

    그 느낌으로

    머물러

    4월은 그냥4월이 아니라

    보살님이 내미는 물 한 그릇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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