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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안개
겨울 밤안개
싸락눈처럼 내려
어릴 적 시골마을
황토마당 위로 내리던
싸락눈 같아
문풍지가 격하게 떨고
얼기설기 엉성한
미루나무 마루까지
싸락눈이 날릴 때
아랫목 뙤창문
창호지 사이에 붙인 투명유리
호
입김 불어
쓰윽
문지르고
찧을 곡식을 방앗감으로 실어 나르던
아버지의 마른기침 소리보다
멀리 퍼지는 찌러기 워낭 소리
기다리던
어머니
싸락눈 아랑곳없이
목을 추켜세우고 울던
장닭 곁에서
묵묵히 검불을
헤치던 암탉은
이미 운명을 예감했을까
겨울밤안개
촘촘히 채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