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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
해남 두륜사 아래
찻집에서
산
다관 두 개
해조문에 찻물이 스며 나오는
다관 주둥이를
자르듯 뭉텅 깨뜨린
동반자가
“또 일 저질렀어.”
또 언젠가는 깨질
백자 다관에
물을 따라놓고
나가며
“한 번 더 따라 마셔”
다관을 비우고
한참 지나
펄펄 끓는 물을 식혀
다시 부어
우려낸 차를 마신 후
아내가
밤늦게 돌아와
더운 물로
우려낸 걸 모르고
다시 물을 채웠다
멀건 차를 다시 마시며
나는
감히
적멸을 꿈꾸었다.
적멸 해남 두륜사 아래 찻집에서 산 다관 두 개 해조문에 찻물이 스며 나오는 다관 주둥이를 자르듯 뭉텅 깨뜨린 동반자가 “또 일 저질렀어.” 또 언젠가는 깨질 백자 다관에 물을 따라놓고 나가며 “한 번 더 따라 마셔” 다관을 비우고 한참 지나 펄펄 끓는 물을 식혀 다시 부어 우려낸 차를 마신 후 아내가 밤늦게 돌아와 더운 물로 우려낸 걸 모르고 다시 물을 채웠다 멀건 차를 다시 마시며 나는 감히 적멸을 꿈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