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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는 여자
아파트 사이 느티나무가 노을에 물들어 젖은 잎들이 더 붉어 보이던 날 등을 보이고 앉은 젊은 여인이 처연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젊은 여인의 담배 피우는 모습은 왠지 타락해 보이던 선입견보다는 칙칙하게 조여오는 우울증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바위에 낀 퍼렇한 이끼처럼…… 다시 망막에 같은 상이 생기면 이미 임계각에 이른 삶의 질량은 휘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삶이란 늘 반복되는 어리석음이듯이? 새벽이었다. 숯검정 같은 어둠 속에 골목길 카바이드 불빛처럼 선명하게 타들어 가는 불빛이 보였다. 카페 안 인도 가까운 좌석 머리칼에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젊은 여인이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보다 긴 연기를. 카페 안에 바람이라곤 없었는데 연기가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날카로운 삶의 무게들이 충돌한 사이를 지나는 중이었는지. 쩡쩡 균열이 가는 얼음장 밑에서 산소가 타들어 가는 모습일지도. 어쩌면 낡은 풍금의 공기 주머니가 새는 풍압 때문이었는지. 운명은 그렇게 되돌아서 제자리에서 흔들리는 것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