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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괴테
눈은 펄펄 내려오지만
아직 기다려지는 때는 오지 않는다.
갖가지 꽃들이 피면 우리 둘이서 얼마나 설렐까.
따뜻하게 쪼이는 햇볕도 역시 거짓말이던가.
제비조차도 거짓말을 해.
제비조차도 거짓말을 해.
저 혼자 오다니.
아무리 봄이 왔다고 하여도
혼자서 어찌 기꺼우랴.
그러나 두 사람이 같이 살게 되 때는
우리가 같이 살게 되 때는
이미 여름이 되어 있으리라.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