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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광백수도로(길 위에 서서)
    그곳에 가면 2020. 9. 27. 12:17

    길이 있어 걷다 되돌아보면

    걸어온 길은 정답고

    걸어야 할 길은 아름다운데

    내가 지금 딛고 서 있는 길은

    지치고 고단한 길.

     

     

          

                                  윤동주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를 간다.

    영광대교를 건너며 서해의 탁한 물과

    시원한 바람을 만난다.

    구불구불 정겨운 해안도로가 오르락

    내리락 전개된다.

     

     

    서해의 탁한 물을 바라보면 화가 잔뜩 난

    여자 같기도 하고, 다혈질의 사내처럼도

    느껴진다.

     

     

    그 바다가 해안을 감싸 안은 채

    길을 따라온다. 길을 따라 전망 좋은

    곳곳에 어김없이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굴비백반에 포만감으로 찾은 길이라면

    카페에서 커피 한잔 사들고 벤치에 앉아

    여유롭게 즐기며 바다, 섬 그리고 멀리

    보이는 이국적인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며

    동행한 사람과 눈빛으로, 다정한 언어로

    신산한 일상들을 나누다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길.

     

     

    식사를 거르고 왔다면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빵을, 아니면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도 있는 길.

     

     

     

    길 위에 서서 묻는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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