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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리씨빵가게와 태백산맥
    그곳에 가면 2020. 6. 12. 15:27

    벌교 여행!

     

    벌교에 들어서서 읍내를 조금만 걷게 되면 소설 태백산맥 문학거리를 자연스레 만나게 된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읽었거나 소설을 읽지 못했어도 영화 태백산맥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벌교 여행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벌교에는 그리 많은 관광객이 오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식당에 꼬막을 먹으러 온 사람들이 더 많이 보게 된다.

     

     

    소설과 영화 태백산맥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은 해방 후 혼란의 시기에 이념을 제대로 알 리 없는 순박한 사람들이 논리가 아닌 감정 혹은 자신도 모르게 군중심리에 매몰되어 좌우로 나뉘었다가 비극적인 일들을 겪게 되는 역사와 조우하게 된다.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아야 될 터인데 아직도 우리는 좌와 우로 나뉘어 끝없이 분열하고 상대를 비난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이 아직도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걸 실감하며 씁쓸해 하지 않을 수 없다.

     

     

    태백산맥 문학의 거리를 걸으며 울적한 마음을 버리지 못했다면 아직도 남아있는 술도가에서 막걸리라도 한 잔 마시며 씁쓸한 여행의 소회를 달래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걷다보면 작은 가게 앞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고 아담한 가게 앞에 꽃이 핀 화분 몇 개가 놓여있는데 가게 이름이 모리씨빵가게이다. 우선 궁금한 게 모리씨라는 이름이다.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작은 가게 안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빵을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갔을 때는 벽에 붙은 모리네가 만드는 빵이라는 안내판보다 훨씬 적은 빵만 있었다. 빵을 만드는 족족 사람들이 사갔기 때문에 동이 나고 있었다.

     

     

    전남에는 사람들의 입소문이 난 빵가게가 몇 군데 있다. 화순의 누룩빵집’, 구례의 목월빵집그리고 벌교의 모리씨빵가게이다. 이 가게들의 공통점은 작은 빵가게이고 시골에 있다는 점이다. 또 주인들이 나름 소신을 가지고 특징이 있는 빵을 만들고 있다. 작은 가게지만 사람들이 붐벼 안내판에 적힌 모든 빵을 사는 게 쉽지 않다는 점, 재료와 빵을 만드는 방법이 일반화되지 않은 자신만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모리씨빵가게에서 강낭콩, 완두, 찹쌀, 블루베리, 빨간 쌀, 아몬드, 말차(보성의 녹차가루) 같은 유기농 식품을 빵의 재료로 쓴다고 하고, 천연발효종(이스트가 들어가지 않은 효모나 누룩의 발효를 이용하는 것)을 사용한다고 한다.

    모리는 힌두어로 날마다 새롭게라는 뜻이라고 한다. 부부는 여행 마니아였다고 한다. ‘모리에 대해서 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가게 안에 사람들이 많아 더 물어보기도 미안했다. 부부가 여행을 할 때 좋아하는 말을 빵가게 이름으로 지은 거리고 나름 결론을 지었다. 부부의 빵가게를 운영하는 소신이 소박하고 정직한 빵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벌교를 여행할 때 모리씨빵가게에 들려 빵 맛을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아직 소설 태백산맥을 읽지 않은 사람은 영화로라도 태백산맥에서 조상들의 신산한 삶을 모습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하고 태백산맥 문학의 거리를 걸어본다면 벌교에서의 여행이 훨씬 의미가 있지 않을까? 거리의 끝 모리씨빵가게에서 빵을 사서 바로 앞 카페에서 빵과 커피를 맛보며 태백산맥을 회상해 보는 것도 여행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염상진이 비현실적인 이상적 사회에 대한 실현을 꿈꾸었지만 모래성처럼 허물어질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상황, 염상구가 이념이 무엇인지 모른 체 막가파적인 행동으로 작은 권력에 맛을 들이는 무모한 행동의 헛헛함, 김범우의 좌우를 아우르는 중립적 입장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극단적 대립 앞에 좌절한 채 의도하지 않은 공산주의자가 되는 아픈 상황, 소화의 정하섭에 대한 순전한 사랑, 죽산댁의 질긴 생명력 등을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본다면 나름 멋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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