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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의 치명적인 너무 치명적인 유혹평행선 눈 2021. 6. 28. 16:19
고흐는 화가로 활동한 10년 동안 2천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하루에 1.5점 정도로 그림을 그렸다.
지독한 연습과 다작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여성들은 하루 동안 네 번, 다섯 번보다
많은 그림을 그린다.
출근할 때, 버스에서, 기차에서, 자가용에서, 커피에서
비행기에서, 식당에서, 극장에서.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여성은 가장 개성적인 자신을 찾기 위해 고흐보다 훨씬
많은 다작을 한다. 그래서 세계 사람들이 한국 여성들이
제일 예쁘고 세련되었고 한단다.
‘화장을 할 때, 여자들은 거울 앞에서 무섭게 집중한다.
여자들이 얼굴에 그려넣고 싶은 것은 존재의 개별성과
개별화된 존재의 자유일 것이다. … 여자들은 개별성과
자유를 거느리고 섹스어필까지 가야 한다.’
‘비 오는 날의 새빨간 입술은 강력하고도 도발적인 존재감을
준다. ‘저기 여자가 있구나!’라는 느낌이 불을 보듯 분명해진다.
입술과 피부 사이의 경계선을 녹여내는 헤비핑크의 립스틱은
평화롭게 사람을 빨아들인다.’
(김훈의 ‘라면을 끓이며’에서)
화장을 하며
문정희
입술을 자주색으로 칠하고 나니
거울 속에 속국의 공주가 앉아 있다
내 작은 얼굴은 국제 자본의 각축장
거상들이 만든 허구의 드라마가
명실 공히 그 절정을 이룬다
좁은 영토에 만국기 펄럭인다
금년 가을 유행색은 섹시브라운
샤넬이 지시하는 대로 볼연지를 칠하고
예쁜 여자의 신화 속에
스스로를 가두니
이만하면 음모는 제법 완성된 셈
가끔 소스라치며
자신 속의 노예를 깨우치지만
매혹의 인공 향과 부드러운 색조가 만든
착시는 이미 저항을 잃은 지 오래다
시간을 손으로 막기 위해 육체란
이렇듯 슬픈 향을 찍어 발라야 하는 것일까
안간힘처럼 에스테 로더의 아이라이너로
검은 철책을 두르고
디올 한 방울을 귀밑에 살짝 뿌려 마무리한 후
드디어 외출 준비를 마친 속국의 여자는
비극 배우처럼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인플루언서 앨리샤(36세)의 화장 전과 화장 후의 모습
‘인플루언서’-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SNS에서 많은
팔로워, 구독자를 가진 사용자나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이 큰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블로거 등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에 사는 남성들은 끊임없이 여성들을 성추행한다.
직장에서, 가정에서, 차 속에서, 음식점에서, 카페에서,
극장에서. 여자들이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화장을 하듯이
남자들은 성추행을 한다. 지위 불문, 나이 불문, 직업 불문,
교양 불문. 가리지 않고 남성들은 여자들을 슬프게 한다.
직장을 잘리고, 언론에 노출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지만
멈추지 않는다.
여성은 예뻐지기 위해서
남성은 살을 탐해서.
아마도 여성과 남성의 이런 치명적인 유혹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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