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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주 한림공원의 수국꽃들
    그곳에 가면 2023. 6. 12. 14:34

    여름이다. 어김없이 수국꽃이 피어나고 있다.

    초여름 풍요로운 숲과 들판처럼 수국꽃에서 느끼는 이미지도

    풍요로운 아름다움이다.

    북부보다 남부 지방에 수국꽃이 유명한 곳이 더 많은 것은

    수국꽃의 생장 조건이 따뜻한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69일 제주 한림공원에 수국꽃이 만개하고 있었다.

    하얀 수국꽃의 순수하고 우아함도 좋고,

    노랑 수국꽃의 짝사랑의 이미지,

    파란색 수국꽃의 냉정, 거만, 교만도 매력이 있고,

    분홍 수국꽃의 사랑, 정열, 소녀의 꿈도 아름답고

    보라색 수국꽃의 진심, , 신비로움에 매혹되고

    붉은 수국꽃의 열정, 욕망도 만개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수국화였다

                                                                                   권정일

    그때 나는 세모시 저고리에서 달빛보다 더 선연한

    바늘의 등뼈가 휘어지는 것을 보았다.

    열 손가락 관절이 삐걱이는 소리를 들었다.

    수묵화처럼 가지런한 이마가 환한 빛을 내던 토방 쪽마루를 보았다.

    어머니 반짇고리 곁에는 내가 이름 지어준 별들이

    내려와 집을 짓곤 했다.

    못에 찔려 피 흘리던 내 꿈들 우리집 추녀 끝에 밤마다 찾아드는 바닷소리를 들었다.

    한 채 섬이 된 우리집 마당으로 물방울처럼

    별 하나 별 둘 똑똑 떨어지는 기척이 있었다.

    옛날 이야기가 섬이 되어 떠다니고

    푸른 슬레트 지붕이 녹스는 소리마저 정겨운

    여름밤이었다.

     

    흑싸리 화투패 같은 빈 껍질의 어머니

    가슴에서도 녹스는 소리가 들렸다.

    어쩜 그것은 내 가슴팍을 적시는 물살이었다.

    추깃물 같은 반딧불이 우리집 낮은 담장 너머에서 몇 번 어둠을 흔들다가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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