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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하나
회색갈피
지리산 화엄사 지나 한참을 걷다가
길을 잃고 날이 저물 무렵
엉성한 까치집 닮은
암자 하나 외롭게 서 묵언 중
전깃불도 없는
법당에는 촛불 하나
처마 아래 기둥에는
등롱 하나 내걸어
행여 길 잃은 손을 위해
밝혀둔
기름이 다 닳아버린 새벽
심지 끝 간신히
명을 유지하는 불빛
새벽 첫 바람이 울타리 없는 마당으로 들어서며
가만히 목례를 하자
풍경소리
‘기다리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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