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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겨울을 수놓는 붉은 열매들평행선 눈 2025. 12. 30. 16:45
나뭇잎이 다 저버린 겨울 풍경은 잿빛이다. 가로수로 심은 은행나무, 이름이 어려운 메타세쿼이아 잎도 저버린 길과 도시 건물은 때때로 잔뜩 낀 구름 아래 잿빛으로 입을 꾹 다물고 묵언 수행하는 스님처럼 답답하다.
삭막한 겨울 풍경 속에 새빨간 붉은 열매가 열정을 불사르듯 시퍼런 하늘에 수 놓을 때 겨울 살풍경에 핏기가 흐르는 것 같다. 겨울에도 목숨을 포기하지 않고 가지를 꽉 잡고 오월 장미처럼 붉은 열정으로 불타고 있는 열매가 있어 메마른 겨울 풍경에서 위로를 얻는다.
(길가의 먼나무 열매)


(아파트 정원의 남천 열매



(순천 동천 옆 베니샤프 카페 앞 마당의 이나무 열매)



(봉화산의 청미래덩굴 열매)


(아파트 정원의 애기사과)



먼나무, 이나무, 남천, 청미래라는 나무 이름이 특이하고 재미있는데, 그 나무의 열매도 독특하게 겨울이 되어도 떨어지지 않고 봄이 와야 다 떨어진다. 겨울철에는 먹이가 부족한 새들이 먹을 것 같은데 먹지 않는다. 왜 그럴까?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더니 이 나무의 열매들은 독이 있어 새가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 덕택에 차가운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날에도 별처럼 빛나는 붉은 열매를 볼 수 있다.
겨울에도 사람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경계를 쌓는데 이런 경계를 순식간에 허물어버리고 순백으로 덮어버리는 함박눈이라도 내렸으면 좋으련만.
‘그래. 이럴 땐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것 같아.’
선암사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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