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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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해후단편 2020. 7. 28. 14:38
“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왜 무슨 일 있어?” “필드에 나가는 날이라서.” 문정을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10여 년 전 모임에서 만난 후 다시 만났으니까. 결혼식이 끝나고 식당에 마주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한 말이었다. 귀에는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기다란 귀 이가 늘어져 있고, 왼손과 오른손 약지에는 반지 두 개가 엘이디 등의 불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고, 길게 기른 손톱을 핑크색을 중심에 두고 검은색이 양쪽 에서 감싸고 있었다. 그건 뭐 흔한 여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렇지 만 짧은 골프치마와 골프화를 신은 모습은 결 혼식장에 오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 었다. “그 골프화 비싸 보이는데?” “응. 이거 별거 아니야. 세일하기에 샀어. 이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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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와 입대단편 2020. 6. 18. 14:55
나영은 논산에서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기 전 후반기 교육을 받고 있는 아들 면회를 하려고 4시간 동안 차를 달려 밀레 교육대 정문에 도착해 차를 멈추었다.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4시간 동안의 운전이 피로한 줄도 모르고 한달음에 달려왔다. 정문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차에서 내리려니 무릎과 허리가 뻐근하며 굳어진 듯했다. 4시간 동안이나 운전을 한 탓도 있겠지만 이제 지천명 나이에 접어들어 노화된 신체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부대 정문에 들어서려는데 부대 안쪽에서 천둥소리 같은 폭발음이 고막을 찢는 듯했다. 그리고는 불붙은 드럼통이 연달아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불길이 치솟았다. 주춤했던 나영은 온몸이 찢기는 듯한 아픔과 고통이 엄습하며 목이 터져라 아들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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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과 핸드백단편 2020. 5. 25. 16:38
신혼여행과 핸드백 나 아란은 2년 동안 지운과 2년 동안의 연애를 했다. 특별히 좋은 점도 없었지만 딱히 결점이라고 할 만한 점도 없어 연애를 계속했고 결국 결혼했다. 정신없는 결혼식을 끝내고 파리로 신혼여행을 갔다.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곳! 낭만적이고, 예술적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적인 패션으로 멋진 여자들이 가득할 것 같은, 불빛에 반짝이는 센 강을 바라보며 미라보 다리 위에서 연인과 입맞춤을 할 수 있다면. 기대와 설렘을 품고 파리에 도착했다. 루브르 박물관, 센 강 그리고 미라보 다리 위에서 야경을 보며 입맞춤, 몽마르트르 언덕, 에펠 탑, 명품 가게들이 늘어선 생 재르맹 거리 등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에 취한 채 보낸 6일 동안의 신혼여행! 파리에 취한 신랑의 행동이 나를 생각보다 훨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