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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복자네 오막살이
건너편 허리 휜
백일홍 한 그루
열살 남짓한 아이들
너댓 명이
손 때 묻어
반질거리는 알몸에
간지럼을 먹이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붉어질 대로 붉어진
우듬지가 키들거렸다
‘간지럼나무가 웃었다’
아이들도 웃었다.
세월이 긴 기지개를 켠 후
중년이 된 소년은
이제
가지 아래 겨드랑이를
간지럼 먹이지 않아도
백일홍이 웃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아홉 열 살
막 돋아나는 호박잎처럼
알싸한 손으로
알몸을 더듬으면
음전한 몸인들
풋풋하게
전해오는 느낌을
거부할 수는 없어
‘간지럼나무가 웃었다’
중년의 사내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