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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일홍
    2018. 11. 19. 19:42


     

        백일홍

     

     

     

     

    복자네 오막살이

    건너편 허리 휜

    백일홍 한 그루

    열살 남짓한 아이들

    너댓 명이

    손 때 묻어

    반질거리는 알몸에

    간지럼을 먹이면

    웃음을 참지 못하는

    붉어질 대로 붉어진

    우듬지가 키들거렸다

    간지럼나무가 웃었다

    아이들도 웃었다.

     

    세월이 긴 기지개를 켠 후

    중년이 된 소년은

    이제

    가지 아래 겨드랑이를

    간지럼 먹이지 않아도

    백일홍이 웃는 이유를

    알 것 같아

    아홉 열 살

    막 돋아나는 호박잎처럼

    알싸한 손으로

    알몸을 더듬으면

    음전한 몸인들

    풋풋하게

    전해오는 느낌을

    거부할 수는 없어

    간지럼나무가 웃었다

    중년의 사내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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