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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란
    2018. 11. 19. 19:43


     

         계란

     

     

     

     

    일학년 이학년 때

    그리고 육학년까지

    일 년에 한 번은

    십리쯤 걸어 도착한 상주사

    팔작지붕 용마루에

    청기와 두 장

    올려다보며

    고려시대 절이라는 설명을

    적어도 여섯 번은

    들었을 절 마당

    샘을 건너

    숲에 서면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던

    상수리나무

    누님이 만들어 준

    우리 반에서 유일한 배낭

    부끄러워서

    안 메고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삼백 원 받고

    학교로 가면

    친구들에게 시달리다

    풀죽은 배낭

    그 속에 계란 서너 개

    껍질을 벗기면

    몽고반점처럼 퍼렇한 자국

    한입 가득 베어 물고

    목이 메어

    샘으로 달려가

    이끼 낀 두레박

    허겁지겁 물을 마시면

     

    서럽지도 않은데

    핑 도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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