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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일학년 이학년 때
그리고 육학년까지
일 년에 한 번은
십리쯤 걸어 도착한 상주사
팔작지붕 용마루에
청기와 두 장
올려다보며
고려시대 절이라는 설명을
적어도 여섯 번은
들었을 절 마당
샘을 건너
숲에 서면
까마득하게 올려다 보이던
상수리나무
누님이 만들어 준
우리 반에서 유일한 배낭
부끄러워서
안 메고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삼백 원 받고
학교로 가면
친구들에게 시달리다
풀죽은 배낭
그 속에 계란 서너 개
껍질을 벗기면
몽고반점처럼 퍼렇한 자국
한입 가득 베어 물고
목이 메어
샘으로 달려가
이끼 낀 두레박
허겁지겁 물을 마시면
서럽지도 않은데
핑 도는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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