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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산문 2015. 4. 28. 15:03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
성완종 사태를 지켜보며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늘 그래왔듯이 정경유착의 먹이사슬은 없어지고 않고 여전히 질긴 생명력으로 무성하게 공생하고 있다. 또 다른 성완종이 지금도 뿌리를 내리고 권력과 내밀한 거래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 단지 탄로가 나지 않았을 뿐.
회장이 인맥을 만들기 위해 회사가 몰락하도록 자금을 유용했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 현실에서 많은 걸 시사해 준다.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는 학급에 40명 가까운 학생들이 공부를 한다고 한다. 어떤 엄마가 그 학교에 자식을 넣으려고 위장전입을 했는데 학년 초 자모들 모임에 꼭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모임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야 따돌림을 당하지 않고, 인맥을 만드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란다. 초등학교 때부터 인맥을 쌓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니. 씁쓸한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인맥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나라. 성 회장이 왜 그토록 집요하게 인맥 만들기에 매달렸는지 다시 되돌아보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부모들은 ‘배워야 산다’는 신념을 가지고 자식들의 교육을 위한 지출에 최우선 순위를 둔다. 그런 희생이 있었기에 60년대 우리나라보다 형편이 비슷한 나라들이 아직도 가난을 대물림하며 살고 있는데 그나마 이 정도라도 살게 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관심이 도를 넘어 사교육 망국론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른바 스카이라 불리는 명문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오늘도 이 나라는 학생과 부모들이 전쟁처럼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거기에 갈 수 있는 비율은 2.5퍼센트이고, 그나마 강남 중심의 부유층 자녀들이 주류를 이룬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학부모 누구도 내 자식만은 거기에 들 수 있다는 허망한 꿈을 꾸며 오늘도 자식들에게 질책과 당근으로 어르고 달래며 공부에 매달리게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참 통쾌한 한 아버지의 자식 교육 방법을 보았다. 텔레비전에서 원하는 사람에게 전문요리사가 제공하는 밥 한 끼를 대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카이스트에서 석사를 전공하는 학생이 아버지에게 밥 한 끼를 드리려고 신청을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머리가 좋지 않으니 네가 공부를 해봐야 안 된다. 그러니 공부하지 말고 맘껏 놀아라.”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경우의 아버지였다. 아들이 세 살 때부터 어머니의 부재 속에서 자랐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서 아이들이 비뚤어지거나 주눅이 든 채 성장하는 자라는 경우를 학교 현장에서 많이 보았다. 하지만 그 학생은 잘 자랐을 뿐만 아니라 수재들이 다니는 카이스트에서 석사 과정 공부를 하고 있으니 아버지의 ‘놀자’ 교육 방법이 통했다는 사실이 신선하고 산뜻하다.
그 가정의 가훈은 이렇단다.
째지게 먹고
맘껏 놀고
신나게 살자.
아버지는 공부할 필요가 없다며 토요일마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아들의 손을 잡고 전국의 산으로 등산을 다녔다. 아버지는 혼자서도 놀줄 알아야 된다고 하며 각종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는데 태평소 한 곡을 멋지게 연주했다. 요즘 자식들의 공부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부모들과 사회에 똥침을 놓는 참으로 통쾌한 교육 방법이었다.
다른 한 경우는 초등학교 학생의 그림 이야기이다. 부모가 도자기를 만드는데 아이가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다. 두 아이가 도자기에 그린 그림을 모아 작은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3학에 다니는 학생이 그린 그림이 눈길을 끈 까닭은 다른 아이들과 그림과 다르게 자유롭다는 것이었다. 대개의 경우 유치원이나 초등 저학년의 경우에는 좋은 그림을 그리는데 고학년을 올라갈수록 책상서랍에 넣어둔 학용품처럼 규격화되고 틀에 박힌 그림을 그린다. 그 부모는 아이에게 그림에 대한 전제 조건을 달지 않고 간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틀에 박히지 않은 그림을 그렸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희망이 화가는 아니라고 하니 지금은 좋아는 그림을 맘껏 그리며 상상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었다.
부모들은 엇나가는 자식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너에게 뭣을 못해줬냐? 돈을 안 줬냐? 사달라는 책을 안 사줬냐? 누구는 백점을 맞았는데 너는 왜 80점이냐? 어휴! 자존심 상해.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자식을 낳고 사는 이 땅의 대부분 부모들의 한결 같은 결론은 이렇다.
“이 세상에 제일 어려운 일은 자식 공부시키는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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