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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과 핸드백
나 아란은 2년 동안 지운과 2년 동안의 연애를 했다. 특별히 좋은 점도 없었지만 딱히 결점이라고 할 만한 점도 없어 연애를 계속했고 결국 결혼했다.
정신없는 결혼식을 끝내고 파리로 신혼여행을 갔다. 꼭 한 번 가고 싶었던 곳! 낭만적이고, 예술적이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각적인 패션으로 멋진 여자들이 가득할 것 같은, 불빛에 반짝이는 센 강을 바라보며 미라보 다리 위에서 연인과 입맞춤을 할 수 있다면. 기대와 설렘을 품고 파리에 도착했다.
루브르 박물관, 센 강 그리고 미라보 다리 위에서 야경을 보며 입맞춤, 몽마르트르 언덕, 에펠 탑, 명품 가게들이 늘어선 생 재르맹 거리 등 이국적인 풍경과 사람들에 취한 채 보낸 6일 동안의 신혼여행!
파리에 취한 신랑의 행동이 나를 생각보다 훨씬 행복하게 했다. 시어머니와 엄마 선물을 사면서 나는 신랑의 선택에 눈물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시어머니 핸드백은 150만 원, 엄마 핸드백은 무려 500만 원짜리를 샀다.
“왜 우리 엄마 것을 자기 엄마보다 두 배나 비싼 걸 사?”
난 감동을 받아 코맹맹이가 되어 물었다.
“장모님은 내게 가장 사랑스럽고 소중한 너를 선물을 주신 분이니까.”
정말이지 나는 목울대가 시큰해지며 눈물이 흘렀다. 오글거리는 그 말의 울림은 깊었다. 친구가 했던 말이 생각나며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었다. 친구 남편이 신혼여행에서 자기 엄마에게는 싸구려 핸드백을, 시어머니에게는 명품 핸드백을 사서 원한이 쌓였다고 했다.
“어휴! 치사한 인간! 지네 엄마는 귀족이고 우리 엄마는 평민이야.”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지 며칠 후 뜨거운 감동의 여운이 간직한 채 신혼여행 때 가져갔던 가방과 옷을 정리하다가 뜻밖의 봉투 하나를 발견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익숙한 엄마의 글씨!
‘부족한 우리 딸 잘 부탁해. 이 돈은 신혼여행에 보태고, 내 선물 살 돈은 따로 넣었으니 그 걸로 사오게. 아란이 흡족해서 아마 평생 잊지 않을 거야. 나와 자네의 첫 번째 작품으로 해 두세.’
아!
엄마. 우리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