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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날씨가 좋아야 할 텐데.”
“왜 무슨 일 있어?”
“필드에 나가는 날이라서.”
문정을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10여 년 전 모임에서
만난 후 다시 만났으니까. 결혼식이 끝나고
식당에 마주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한 말이었다.
귀에는 나이보다 젊게 보이는 기다란 귀
이가 늘어져 있고, 왼손과 오른손 약지에는
반지 두 개가 엘이디 등의
불빛을 받아 찬란하게 반짝였고, 길게 기른
손톱을 핑크색을 중심에 두고 검은색이 양쪽
에서 감싸고 있었다.
그건 뭐 흔한 여자들의 모습이었다. 그렇지
만 짧은 골프치마와 골프화를 신은 모습은 결
혼식장에 오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은 아니
었다.
“그 골프화 비싸 보이는데?”
“응. 이거 별거 아니야. 세일하기에 샀어. 이
백만 원 안 돼.“
이백만 원이 푼돈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이
퍽 낯설게 느껴졌다. 단발머리를 은사시 나뭇잎
처럼 날리며 운동장을 달려가던 생생하고 풋풋
했던 유년의 모습이 짙은 화장으로 위장한 그의
얼굴에 겹쳐졌다.
“이백만 원이 안 된다고? 그거 웬만한 사람들
한 달 월급이야.“
“치, 천하의 김진욱이가 웬 청승이야?”
풀만 먹고 사는 초식동물처럼 채소만 먹던 그가
처음으로 고기를 한 점 입으로 가져가며 깔아뭉개
듯 말했다.
젓가락을 놓으며 말했다.
“나 먼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