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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두꺼비의 수난평행선 눈 2021. 2. 21. 14:04
아파트 앞 봉화산 아래 평평한 곳에 제법 넓은 천혜의 습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봉화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늘 고여 있고 주변에는 풀이 우겨져 있어
두꺼비가 산란하고 생활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2월 중순쯤 되면 많은
두꺼비들이 거기에 산란을 하려고 모여들었다. 새벽에 웅덩이 근처에 가면
두꺼비들이 자신들의 언어(신호)로 떼창을 하며 소통을 하는지
그 소리가 요란했었다.
(산란하려고 숲에서 내려온 두꺼비)
두꺼비들의 생태지로 아주 좋은 환경이었다. 그런데
물웅덩이가 형성된 곳 주변에 누군가 채소를 심기 시작
했다. 그러자 점차 채소를 심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웅덩이
주변 습지가 줄어들어 이제는 아주 작은 웅덩이 2개만 남았다.
웅덩이 위에 저수지가 있는데 거기도 두꺼비의 산란지였다.
저수지와 우거진 숲이 연결되어 두꺼비가 산란하고 살아가기에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그런데 시에서 저수지 주변을 정리해서
공원과 어린이 놀이터를 만들었다. 며칠 전 공원을 갔더니
물통과 집게를 든 람이 산에서 저수지로 내려오는 두꺼비를
잡아 저수지에 놓아주고 있었다.
(좁은 웅덩이에 위태로운 두꺼비 알)
사람들의 욕심으로 인해 두꺼비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두꺼비들이
산란하고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두꺼비 서식지를 파괴
하면서까지 채소를 심고, 저수지 주변을 공원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두꺼비는 ‘은혜 갚은 두꺼비’ ‘콩쥐팥쥐’ 같은 동화에
등장해서 사람에게 이로운 동물로 전해져왔다.
봉화산에 둘레길을 낸 후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2월이면 제일 먼저 봄을 알리는 새가 있었다.
이른 새벽 숲에서 들리는 호랑지빠귀의
소리였다. 호랑지빠귀의 소리가 들리면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봄이 멀리 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다른 산새들은 새싹이 돋고 숲이
우겨질 때 소리를 내지만 호랑지빠귀는 추위가
채 물러가기 전에 소리를 내는 새다.
간절하게 짝을 찾는 수컷의 소리에 가끔 답하는
암컷의 소리가 숲을 깨웠는데 지금은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
개발할 때는 사람과 동식물이 같이 공존할 수 있는지
잘 살펴보고 신중하게 결정을 하면 좋을 텐데.
(봉화산에는 고라니, 노루, 사슴이 살고 있다)
(봄을 알리는 양지꽃과 봄까치꽃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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