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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닐 때 거의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는다. 스마트폰이 웬만한 카메라 성능보다
화질이 뛰어나서 구도만 잘 잡으면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편집을 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마구 찍어댈 때도 있지만 가끔은 사진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그냥 무심하게 스쳐
지나갈 수도 있지만 잠시 발길을 멈추고 응시하면 의미를
부여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사진은 천북 폐목장 청보리밭에서 찍은 사진이다.
목장은 없어지고 건물이 한 채 남아 있었다. 지붕은 일부가
낡아 없어져 얼기설기 드러난 서까래 사이로 하늘이 보이는
건물이었다.
그 건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다.
건물 안에 가두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할 때 자유를 그리워
하듯, 밖에서 안으로 들어갈 수 없을 때도 인간은 답답함을
느낄 수 있을 듯했다. 건물에는 작은 창이 있었고 그 안으로
들여다보면 안에는 버려진 건축 자재들이 보였다. 작은 창에
스마트폰을 맞추고 반대편을 바라보니 위에 있는 창으로는
교회 탑이 보이고, 아래쪽 창으로 청보리밭과 교회 건물 일부가
보였다.
창을 통해 한눈에 다 보이지 않는 시선, 문을 열어야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집, 예전의 집들은 창문이 다 작았다. 그
창은 절제된 감정처럼 보는 사람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았다.
그렇지만 요즘 시골에 들어서는 집들은 커다란 통유리가 벽을
대신하고 있다. 안에서도 자유롭게 드러나는 밖의 풍경!
그 자유가
때론 권태롭지 않을까? 또 언제나 시선을 주면 드러나는
밖의 모습 헤픈 미소처럼 오히려 지겨울 수도 있다. 조금은
숨겨진 풍경. 문을 열어야 비로소 다 드러나는 시원한 모습.
그때의 카타르시스!
주체할 수 없는 자유는 인간을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감당할 수 있는 선택과 자유!
나는 그걸 원한다.
나는 보통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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