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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들국화 시
    2022. 12. 10. 12:37

       들국화

                                천상병

     

    산등성 외따른 데

    애기 들국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뉘인다.

     

    가을은

    다시 올 테지.

     

    다시 올까?

    나와 네 외로운 마음이

    지금처럼

    순하게 접힌 이순간이......

     

     

            들국화

                                                곽재구

     

    사랑의 날들이

    올 듯 말 듯

    기다려온 꿈들이

    펼 듯 말 듯

    그래도 가슴속에 남은

    당신의 말 한마디

    하루종일 울다가

    무릎걸음으로 걸어간

    절벽 끝에서

    당신은 하얗게 울고

    오래된 인간의 추억 하나가

    한 팔로 그 절벽에

    끝끝내 매달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들국화

                                 이해인

     

    꿈을 잃고 숨져 간

    어느 소녀의 넋이

    다시 피어난 것일까

    흙냄새 풍겨 오는

    외로운 들길에

    웃음 잃고 피어난

    연보랏빛 꽃

    하늘만 믿고 사는 푸른 마음속에

    바람이 실어다 주는

    꿈과 같은 얘기

    멀고 먼 하늘 나라 얘기

    구름 따라 날던

    작은 새 한 마리 찾아 주면

    타오르는 마음으로 노래를 엮어

    사랑의 기쁨에 젖어 보는

    자꾸

    하늘을 닮고 싶은 꽃

    오늘은

    어느 누구의 새하얀 마음을 울려 주었나

    또다시 바람이 일면

    조그만 소망에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무식한 놈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다!

        

     들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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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소나무 마른 기침소리

    끊이지 않는 산비탈에 앉아

    산벚나무 물드는 새벽이

    올 때까지 내내 기도했다.

    하얀 미소로 너를 맞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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