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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라면 붕어빵에 대한 추억 하나쯤 없는 사람이
없을 듯하다. 손발이 시리고, 칼바람이 몸속으로 파고드는
겨울철 골목길을 지나다가 김을 내뿜는 붕어빵 포장마차를
만나면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다.
추억의 붕어빵은 질긴 생명력으로 지금도 거리 곳곳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 거리에서 붕어빵을 굽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을 들어보면 사업에 실패해서, 남편이
실직해서, 자식들 학비에 보태려고 등을 말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시작한 붕어빵이 잘 팔려서
살림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등산화가 밑창과 몸통을 연결하는 뒷부분이 떨어진 것을
알아내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을 하며 일단 깨끗이
빨아 말렸다. 마른 후에 자세히 살펴보니 떨어진 부분이
생각보다 넓었다. 강력접착제나 글루건으로 붙여볼까 생각
했으나 그러기에는 좀 더 심각했다. 이제 막 발에 길들어
신기에 편안했는데 버리기도 아까워서 신발 수리하는 곳으로
가지고 갔다. 신발을 수리하는 나이 지긋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이거 본드로 붙여서 다시 떨어지더라고요. 꿰매면 좀 오래
갈 것 같아요.”
떨어진 부위가 가죽이 아니고 고무 같은데 꿰매면 찢어질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해 달라고 하고 기다렸다.
그 사람이 열심히
수리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눈길을 돌리니까 맞은편에
붕어빵을 굽는 포장마차가 보여 그리로 갔다. 나이가 든
든 사람들은 슈크림 붕어빵보다는 팥이 들어가 붕어빵을
좋아할 것 같아서 그걸 이천 원어치를 샀다. 붕어빵을 가지고
구두 수선하는 곳으로 가니까 본드를 바라고 꼼꼼하게 꿰맨
등산화를 내밀었다. 수리비 오천 원을 드리며 붕어빵을
건넸다. 아주 적은 것이지만 그분이 따뜻한 붕어빵을 맛있게
먹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몸을 돌리자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서쪽 하늘을 예쁠게 물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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