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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운암 보살님
    2023. 4. 1. 11:13

                 망운암 보살님

                                                          회색갈피

     

    바가지 하나 띄우면 가득 차는

    쬐그만 바위 샘

    물이 달다며 좀 쉬어가라던

    번뇌 없는 보살님의

    목소리에 끌려

    암자 마루에 앉자

    물 한 그릇 정갈하게

    내미는 얼굴에

    미소가

    무념무상 같아

    고개 들었더니 산 아래

    남해가

    사랑이었든가

    해탈이었든가

    스치는 인연에도 그냥 보내지 못해

    단물 한 그릇

    대접하던 보살님의 마음.

     

    문득

    비 내리는 4

    누군가

    어깨를 가만가만 쳐서

    뒤돌아보려고 하니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묵직한 힘

    바위처럼 버티고 있길래

    당신은 누구세요?

    물었더니

    대답 대신 가만히 목덜미를 껴안는

    산벚꽃잎 하나

    꽃물 녹아 심장으로 흘러들어

    핏줄 따라

    척추 아래 어디쯤 머물며

    사립문에 앉은 잠자리 날개 처음 잡아 보던 날

    꼬리뼈 새콤하게 시리던

    그 느낌으로

    머물러

    4월은 그냥 4월이 아니라

    보살님이 내미는 물 한 그릇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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