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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운암 보살님
회색갈피
바가지 하나 띄우면 가득 차는
쬐그만 바위 샘
물이 달다며 좀 쉬어가라던
번뇌 없는 보살님의
목소리에 끌려
암자 마루에 앉자
물 한 그릇 정갈하게
내미는 얼굴에
미소가
무념무상 같아
고개 들었더니 산 아래
남해가
사랑이었든가
해탈이었든가
스치는 인연에도 그냥 보내지 못해
단물 한 그릇
대접하던 보살님의 마음.
문득
비 내리는 4월
누군가
어깨를 가만가만 쳐서
뒤돌아보려고 하니
옴짝달싹할 수 없는 묵직한 힘
바위처럼 버티고 있길래
당신은 누구세요?
물었더니
대답 대신 가만히 목덜미를 껴안는
산벚꽃잎 하나
꽃물 녹아 심장으로 흘러들어
핏줄 따라
척추 아래 어디쯤 머물며
사립문에 앉은 잠자리 날개 처음 잡아 보던 날
꼬리뼈 새콤하게 시리던
그 느낌으로
머물러
4월은 그냥 4월이 아니라
보살님이 내미는 물 한 그릇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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