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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 ‘연인’의 따뜻한 사랑
    평행선 눈 2023. 11. 6. 10:52

     

     

    병자호란은 1636128일부터 1637130일까지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한 전란이다. 청군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록 침략을 해 오자 남한산성으로 피란을 갔던 인조는

    버티지 못하고 ,삼전도에서 1637년 1월 30일 삭풍이 

    몰아치는 한강 삼전에서 한 번 절할 때마다 땅에 머리를 

    3번 박는 치욕의 삼배고구두례(三拜叩九頭禮)라는

    전대미문의 항복식을 하게 된다. 분하고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누구를 탓하랴! 정신 못 차린 왕과 신하들의 잘못인 것을.’

     

    드라마 인연은 인조가 항복한 후 백성들이 심양으로

    끌려가고 다시 돌아오는 사이에 벌어진 두 남녀의

    사랑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전쟁이 일어나면 논리, 이성, 합리, 윤리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오로지 힘의 우위를

    가진 나라나 집단이 약한 나라나 집단을 마음대로 짓밟는

    폭력과 공포의 시간으로 변해버린다.

     

    병자호란 후 청나라로 끌려간 사람들이 50만이라고도 하고

    그 이상 혹은 그 이하라고도 하는데 정확한 수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포로 아닌 포로가 되어 끌려간 것은

    역사적 사실이다. 적의 군대가 아니 백성을 포로로 잡아

    끌고 가며 자행한 악행으로 쌓인 슬픔과 분노는 지금도 우리의

    유전자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을 것이다.

     

    길채(안은빈)가 심양으로 끌려갔다 돌아온 후 남편 원무가

    그녀를 보고 처음 물은 것은 오랑캐에게 욕(성폭행)을 당했

    느냐는 것이었다. 그걸 안 길채는 이혼을 요구한 후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받으며 생활한다. 당시 조선 사람은 양반,

    상민 할 것 없이 돌아온 사람, 특히 여인들을 징그러운

    뱀이라도 본 듯이 사갈시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 며느리, 부인을 가문의 수치라며 자살을 강요할 정도였

    다고 하니 그 못나고 옹졸한 사고방식이 참으로 수치스러울

    따름이다.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인들은 환향녀(還鄕女)라고 부르며

    받아들이지 않아서 인조는 그녀들을 일정한 곳에 모여

    살도록 해 주었는데, 백성들의 오랑캐 자식을 가진 여자들이

    사는 동네라고 하여 이태원(夷胎院)으로 불렀다고 한다.

    지금 이태원(梨泰院)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지금도 거기에 외국인이 많이 몰리는 지역이니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밖에.

     

    조선은 임진왜란의 참상을 겪은 후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제 나라 지키는 일을 소홀히 하다가 다시 금()의 침략인

    정묘호란(1627.2.23.-4.18)을 겪는다. 그렇지만 조선은 그놈의

    주자학과 명나라 사대에 찌들어 오만을 부리다가 병자호란을

    맞아 임진왜란 못지않게 백성들이 고초를 겪게 된다.

     

    앞서 말했듯 양반이나 상민이나 못난 남성들은 제 나라도

    지키지 못해 제 딸, 아내, 부인이 오랑캐의 포로로 끌려가게

    한 칠칠찮은 주제에 돌아온 여인들을 조롱하고 손가락질

    하는 비루하고 위선적인 행동을 마다하지 않았다.

     

     

    연인에서 다시 장원을 다시 만난 길채는 그 못난 조선

    남성이 아닌 넓은 마음을 가진 진정한 사내를 만나게 된다.

    이 장면이 이 드라마의 백미이고, 이 땅의 남성들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속 좁은 조선의

    사내가 아닌 진짜 사내 장원과 길채의 대화.

     

    더는 바랄 게 없어요.”

     

    가난한 길채, 돈 많은 길채, 발칙한 길채, 유순한 길채,

    날 사랑하지 않는 길채, 나에 사랑하는 길채,

    그 무엇이든 난 길채면 돼.”

     

    오랑캐에게 욕을 당한 길채도 …….”

     

    안아줘야지. 괴로웠을 테니.”

     

    장원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는 길채 역을 하고 있는

    안은지의 연기는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에서 가장 절정의

    수준에 이른 듯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오고 있다.

     

    길채와 장원이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이 부분이 연인

    관통하는 맥락이고 주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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