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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의 죽음과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산문 2024. 8. 17. 12:49
채 상병이 수해 지역에 투입되었다가 죽은 지 일 년이
지났다. 제대로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무리하지 않는
작업을 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윗선을 조사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며
수사단장을 맡은 사람이 오히려 수괴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가 적군과 싸우다 죽었다면 그래도
슬픔을 참아가며 버틸 수 있겠지만 상관의 무리한 명령으로
죽었다면 부모의 슬픔과 분노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 세상 슬픔 중에서 가장 가슴을 저미는 일이 자식을
잃는 것이라고 한다. 특히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훨씬 더한
슬픔을 느낀다고 한다.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슬픔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은 예수를 안고 오열하는 성모 마리아의
조각상으로 세속의 인간이 아닌 종교적 의미를 담고 있다.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 그러니까 세속의 어머니가 자식을
잃고 슬픔에 잠긴 모습의 조각상을 남긴 사람은 독일의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상이 있다.
케테 콜비츠는 자식과 손자를 1차, 2차세계대전에서 잃은 후
국가주의와 폭력을 반대하며 가난한 사람과 함께 그들과
고통을 나누며 살았다고 한다.
그의 피에타 작품이 있는 건물은 작품 위에 구멍이 뚫려 비가
내리면 온전히 비를 맞는다고 한다. 비가 내릴 때 작품의
극적인 효과기 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은 것 같다. 군대에
보낸 자식이 죽음으로 돌아왔을 때 그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당한 어머니, 비를 맞으며 자식을 안고 슬픔에 잠긴 콜비츠의
피에타 조각상 앞에 서서 소리 없는 눈물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승화하게 되지 않을까?
(베를린에 있는 노이에 바헤 – 1993년 이후 ‘전쟁과 독재 희생자를
위한 독일연방공화국 중앙기념관’으로 사용 중
군에 자식을 보냈다가 참척의 슬픔을 당한 콜비츠 작가와
채 상병 어머니와 다른 어머니들은 동질이 아픔을 공유하며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 조각상은 독일의 총리는 물론 국민이 전쟁과 폭력을
반성하며 참회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케테 콜비츠는 자식과 손자를 잃은 슬픔을 이렇게
항변했다고 한다.
“우리가 전쟁에 내보내려고 아이를 낳은 건 아니다!”
“그동안 나이 어린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이 죽었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죽어서는 안 된다. 씨앗을
짓이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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