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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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소개. 순천국가정원의 두 얼굴그곳에 가면 2024. 5. 30. 12:26
낮은 이성, 논리, 철학, 과학 등의 담론을 말하기에 좋지만,밤은 감성, 예술, 사랑, 낭만, 디오니스적인 분위기에 취하기에좋은 시간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같은 장소라고 할지라도 낮에 보는 모습이사실적이라며, 밤에 보는 풍경은 서사적이라고 할 수 있다. 순천국가정원을 낮에 보는 것과 밤에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다가온다. 자녁 노을이 서쪽 하늘을 물들일 때 서문을 통해서 들어가면낮에 동문을 통해서 들어갈 때와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23년에 국가정원 개장 후 10주년이었다. 해마다 새롭게 업그래이드되어 매년 다른 느낌을 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서문은 지난해까지 아날로그적인 모습이었다면 올해(2024년)부터는 디지털식으로 바뀌었다. 낮에만 순천국가정원을 방문했다면 다시 올 때는 밤에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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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관촉사의 은진미륵그곳에 가면 2024. 4. 30. 16:55
어린 시절 관촉사 은진미륵에 대한 전설을 들은 적이 있었다. 미륵불이 나타나면 부처님이 구하지 못한 중생을 구제한다고하니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기다려보자. 은진미륵은 고려 광종 때 만들기 시작해서 목종 때 완성했다고한다. 높이가 18.2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키가 큰 석불이다.그렇지만 이 석불은 사람들에게 못생긴 석불로 조형미도 없고예술성도 없는 돌덩이 취급받았다고 한다. “은진미륵은 (불상이라기보다는) 그저 돌기둥(石柱)에 불과하고 그 위에 의미 없는 선이 옷주름을 표현하고 있다…신라의 전통이 완전히 없어진….” (김원룡)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며 은진미륵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지고2018년 국보(제323호)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자비로운 보살이 아닌 강한 신비감을 담고 있는 위압적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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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시티 청산도의 유채꽃 언덕에서그곳에 가면 2024. 4. 12. 13:27
농어촌에는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나며 아기 울음소리, 골목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사라진 지 오래다. 지금은 노인들만 남아 활기 없는 모습으로 변했고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공동화되어 을씨년스런 풍경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신안군에서는 이렇게 사라져가는 섬들을 살리기 위하여 특색 있는사업들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섬에 색깔을 입히는 사업이다.봄에는 임자도의 튤립꽃, 선도의 노란 수선화, 슬로우 시티 청산도의유채꽃, 여름에는 천사섬 신안분재공원의 크로코스미아꽃(애기범부채),가을에는 병풍도의 맨드라미꽃, 겨울에는 여름에 애기범부채꽃이 피었던 신안분재공원에 애기동백꽃,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박지도의 보라색이 육지 사람들을 유혹한다. 선도는 수선화의 노란색으로 마을을 집들까지 모두 노란색으로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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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 불명산에 숨은 화암사그곳에 가면 2024. 3. 31. 13:58
전주 가까이 갔을 때부터 하늘에 먹장구름이 덮이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절에 가지도 못하고 되돌아서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했다. 비는 내렸다 멈추었다를 반복하더니 화암사 근처에 가자 비가 멈추었다. 화암사 주차장을 지나 차는 왼쪽 시멘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 오른다. 이십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없던 길이 새로 낸 것 같았다. 길이 좁아 맞은 편에서 차가 오면 어쩌나 하는 걱정들을 하고 있는데 운전하는 사람은 천하태평이다. 가파르고 좁은 길을 한참을 올라 정상에 오르더니 내리막이다. 내리막길을 따라 조심스레 내려가니까 절이 보인다. 절 뒤에 주차장이 있었다. 절 앞으로 가면서 보니 작은 계곡을 끼고 오솔길이 아래로 이어지고. 그 아래 철계단이 끝이 조금 보인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오른쪽 좁은 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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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산 천자암 얼레지꽃그곳에 가면 2024. 3. 28. 14:10
선암사 뒷산으로 얼레지꽃을 보러 갔는데 한 포기도 만나지 못하고 돌아서서 기왕 나선 김에 보고 가야겠다는 마음이 더 간절해서 천자암으로 갔다. 천자암도 간 지가 십 년이 넘은 듯하다. 천자암 가까이 가서 예전에 보았던 주자장에 차를 세우고 가파른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경사가 심해서 숨이 찬다. 잠시 발길을 멈추고 바위에 앉았더니 바로 앞에 작고 파란 꽃을 앙증스럽게 피운 현호색이 보인다. 조금 더 오르자 이번에는 민들레꽃과 비슷한 복수초가 노랗고 선명한 꽃을 피운 채 홀로 서 있다. 가파른 길을 따라 오르는 사람만 보라는 선물 같았다. (현호색) (복수초) 천자암 왼쪽 길로 걸어가며 얼레지꽃이 있는지 두리번 거렸는데 딱 한 포기 얼레지꽃이 있는데, 이미 시들어가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왔을 때는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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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얼레지꽃 대신 홍매화를 만나다그곳에 가면 2024. 3. 28. 13:49
봄이 오면 산과 들에 꽃이 피는데 누구나 좋아하는 꽃이 있고, 개인의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도 있다. 길가의 민들레는 도시 길가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고, 조금만 허리를 굽히고 잠시 멈춰서서 골목 담장 밑을 보면 보라색 봄까치풀꽃도 볼 수 있다. 매화꽃을 보러 섬진강을 따라 광양 다압마을을 찾기도 하고. 벚꽃이 화사하게 피는 쌍계사나 진해까지 먼 길을 여행하기도 한다. 유채꽃, 수선화, 튤립꽃 등을 보려고 찾아가기도 한다. 얼레지꽃을 보러 선암사 뒷산으로 갔다. 십 년 하고도 한참 더 된 듯하다. 선암사로 옆길을 따라 송광사로 넘어가는 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는데 얼레지꽃이 한 포기도 보이지 않는다. 다른 쪽 좁은 길을 따라 걸어도 진달래꽃만 가끔 보이고 끝내 보이지 않는다. 사라진 선암사 얼레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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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의 전설과 오늘그곳에 가면 2024. 3. 14. 16:23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색이 있는 절을 꼽으라고 하면 화순의 운주사를 들 수 있다. 운주사에 들어서면 좌측으로 평지에 석불과 탑이 중점적으로 늘어서 있고, 우측 산과 비탈에도 탑과 석불을 볼 수 있다. 절 앞에서 왼쪽 산으로 200여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가장 큰 10여 미터나 되는 와불을 볼 수 있다. 운주사에서 볼 수 있는 불상은 다른 절에서 본 균형이 잘 잡힌 인자한 모습이 아니다. 눈, 코, 입 등이 균형이 맞지 않고 추상이거나, 야수파의 그림처럼 변형된 것처럼 보이는 못생긴 얼굴을 하고 서 있다.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누가, 왜, 이렇게 못생긴 불상을 만들었을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어느 것도 딱히 그렇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우선 불상하면 위엄이 있고, 인자하고, 균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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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쌍봉사의 대웅전과 부도탑그곳에 가면 2024. 3. 14. 12:37
화순 쌍봉사 대웅전 앞에 서면 다른 절과 다른 차이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웅전이 절 맨 앞에 있다. 또 다른 점은 대웅전이 3층으로 되어있고, 대웅전의 크기가 아주 작다. 각 면이 1칸으로 되어있다. 어느 절에서도 볼 수 없는 건물인데 전쟁과 부주의로 몇 차례 소실되어 지금 서 있는 건물은 1986년에 준공된 것이라고 하지만, 옛날 모습대로 복원한 것이니까 다른 절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쌍봉사는 신라 구산선문 중의 일문인 사자선문의 개조인 철감선사가 통일신라 48대 경문왕 8면(868년)에 창건하였다. 대웅전은 평면이 방형인 3층 전각으로 사모지붕의 목조탑파형식을 지닌 희귀한 양식이다. 1936년 5월 3일 보물 제163호로 지정되어 보존해 오던 중 1984년 4월 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