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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일암에 올 때는 혼자 오라하고 순천역에서 송광사 가는 좌석버스를 탔다. 송광사 입구에 도착하니 잔뜩 찌푸렸던 날씨가 기어이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우산을 펼쳐들고 청량각(淸凉閣)에 이르러 의자에 잠시 앉아 있으려니 바위를 때리며 흐르는 물소리가 가슴 속으로 시원하게 스며..
전봉준 생가에 서서 전라도 땅 고부 들판 한 가운데 전봉준의 생가 앞에 섰다. 초가 네 칸짜리 집과 헛간으로 쓰였던 아래채가 덩그마니 자리하고 있다. 옛날에 우리가 살았던 초가보다는 훨씬 깨끗하고 단정해서 시골집 같지 않다. 사람이 살지 않고 역사를 되돌아보기 위해 기념으로 지..
모란이 피기까지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 일부 김영랑) 영랑의 생가에 들어서기 전 먼..
아이들을 다시 만나기 위한 숨 고르기(봄봄 북카페) 장 선생을 처음 만난 건 여행 강의 수강자로 강의가 시작된 첫 날이었다. 그때 장 선행의 얼굴에서 밝은 광채가 나고 있었다. 사람의 얼굴은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기운을 가진 사람은 흔치 않기에 놀랐다. 사람의 일상과 ..
꽃도 외로움을 탄다 지난겨울은 혹독한 추위가 없이 따뜻한 겨울이었다. 꽃샘추위가 있기는 했지만 잠시였고 겨울의 끝자락에서 온화한 봄으로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꽃들도 추위를 타지 않고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화사한 모습으로 주변에서 만날 수 있다. 진달래가 만지면 바스러질 ..
사람은 산을 오를 뿐 해는 날마다 떠오른다. 날마다 다른 모습으로. 산에서 막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주의 장엄함에 감동하고 환호하게 된다. 특히 겨울에 떠오르는 태양은. 새벽 산의 공기가 서늘하다. 사월이 되자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새들의 지저귀는 ..
몽마르트르가 그리운 몽카페 몽마르트르 언덕에 오르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듯이 몽카페에 앉으면 순천 시내가 내려다보인다. 몽마르트르 언덕에 하얀 성당 사크레 쾨르 대성당이 있듯이 몽카페 바로 곁에 산성교회가 서 있다. 몽마르트르 카페들이 문을 여는 10시경이면 몽..
때론 굽어진 모습이 더 아름답다 새싹들이 작고 여린 앙증스런 모습으로 얼굴을 빼꼼히 내민다. 좁쌀만 한 얼굴을 내밀고 초록 미소를 짓는다. 아직은 찬바람이 머물며 심술을 부리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언 땅에서 나뭇가지마다에서 새싹과 꽃들이 사람을 반기고 있다. 추위 속에서 잔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