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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지는 문화의 아름다움
    새와 나무 2018. 1. 27. 16:04


    사라지는 문화의 아름다움

     

     

       시골에서 살고 있는 어머니를 뵈려고 고향을 찾아갔다. 올해 여든 세 살이니 우리나라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모두 겪은 수난과 아픈 역사의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식민통치의 울분과 동족 간에 저지른 온갖 아픔을 지켜보며 가난과 고난의 세월을 살아왔다. 그런 세월이 아득하게 흘렀어도 살아온 집도 지붕만 초가에서 슬레이트로 바뀌었을 뿐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부엌에는 아직도 무쇠솥이 걸려 있고, 투박한 미루나무 마루, 창호지를 붙인 방문 그리고 도르레로 물을 길어 올리던 우물도 그대로 남아있다.


      옛날 사용하던 뒷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한쪽에는 아궁이에서 나온 재를 모아두는 곳이고, 일을 보는 장소는 독을 묻고 판자를 걸쳐놓았다. 어머니가 날이 추워져서 밖의 변소를 드나들기가 어려우니, 집안에 있는 변소를 사용해야겠다고 하며 지난여름 물이 고인 독의 똥을 좀 퍼내라고 했다. 뒷간을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시커멓게 썩어 있었다. 완전한 비료가 된 것이다.


       예전에는 사람의 똥이 농사를 짓는데 중요한 비료였다. 두엄과 함께 섞어두었다가 완전히 숙성되면 논이나 밭에 밑거름으로 사용하였다. 완전히 썩지 않은 똥을 사용했다가 채독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이 흔하게 있긴 했다. 서구의 문화가 들어오면서 도시는 물론이고 시골에서도 전통 뒷간이 사라지고 수세식 화장실이 늘어가고 있다. 냄새가 나지 않고, 여름이면 구더기가 생기지 않을 뿐만 아니라 외관상 보기도 좋다.


      그렇지만 날이 갈수록 하천과 강의 오염이 심각한데 수질 오염의 주류를 이루는 것이 생활하수라고 한다.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수세식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물을 흘려보낼 때마다 하천과 강을 오염시키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폐쇄된 작은 공간의 청결을 위해 다 같이 살아야 하는 열린 넓은 공간을 오염시키고 있다. 수세식 화장실은 분뇨를 처리하는 데 분뇨량의 50배 이상의 물을 소비한다. 엄청난 낭비다. 수세식의 또 다른 문제는 오염이다. 세계위생기구의 실험 결과를 보면 정화조에서 나온 희석수 1cc에는 대장균이 자그만치 43만개가 득실거리고 있다. 이 희석수는 다시 하수관을 통해 두 배가 넘는 다른 생활하수를 오염시켜 도시의 하수는 온통 병원균의 온상이 된다. (한국의 뒷간 문화 동아일보매거진 : 신동아 99. 11월 호)


      우리가 깨끗하다고 생각한 수세식 화장실은 인류가 생각해 낸 또 하나의 재앙일 따름이다. 인간과 가축의 똥은 흙과 만나야 땅을 기름지게 하고 식물을 키우는 자양분이 되지 물과 만나면 물을 오염시키는 상극의 관계로 변한다. 물로 흘러든 똥이 섞인 희석수를 정화시키기 위해서 하수종말처리장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는 엄청난 시설과 돈이 들어간다. 서구 문명이 가져오는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자연이 파괴되어 가는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겉모양만 보고 서구의 문명을 모방한 결과 자본이 없는 우리의 처지에서는 환경오염으로 자연의 파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과연 언제까지 자연이 이를 견뎌줄 것인지 의문스럽다.

    전통적으로 인간과 가축의 분뇨를 처리하는 방식이 지금 와서 생각하면 서구의 인위적인 방법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거기에 따르는 불편함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했다는 책임은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수세식 화장실 벽면에 인공의 향기를 매달아 놓을 것이 아니라 화장실의 해악이 주는 시라도 하나 붙여 놓고 자연과 환경에 대하여 미안한 마음을 가져보면 어떨까. 시에 담긴 의미를 생각하며 일을 볼 때마다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자각을 하고 다른 어떤 방법으로라도 자연에 보은할 수 있는 행동을 생각해 볼일이다.

     

    수세식 변기란

    우리 문명이 파놓은

    가장 위험스러운

    함정 중의 하나다.

    얼마의 똥과 오줌을 씻어내리기 위한

    잘 정수된 음용수의 엄청난 낭비.

    1kg의 가치 있는 자원이

    지하수, , , 호수와 바다를

    오염시키는 50kg

    유해물질로 그렇게 변한다.

    생명자원을 그저 씻어 내림으로써

    착취는 배가된다.

    토양이 황폐해진다.

         수세식 변기:100g의 똥이 5g의 유해한 오물이 된다.

         발효식 변기:100g의 똥이 50g의 천연자원 - 황금이 된다.

                                        (F. 훈데르트바씨 앞의 책에서)

     

    (200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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