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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과 백래시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 녹색당 신지예 씨의 벽보가 훼손되고 현수막이 찢기는 등의 불상사가 벌어졌다. 신지예 씨의 벽보가 사람들에게 낯설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벽보에 페미니스트임을 밝혔기 때문이다. 낯선 것들은 호기심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거부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이 남녀평등-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남성과 동등하게 평가되는-을 지향하고 있는데, 남성들이 생각할 때 여성들의 요구가 평등을 넘어서 남성보다 우위에서 대접 받으려는 특권을 주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남성들이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로 선거벽보나 현수막을 훼손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땅에 사는 남성들은 병역이라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데 여성들이 남자들의 불리한 점은 생각하지 않고 남성을 넘어서는 특권이나 혜택을 받으려 한다고 생각한다. 재학 중이나 혹은 취업을 앞둔 생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서 2년간의 군 생활은 치명적인 희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적으로는 의무이기는 하지만. 남성들이 군 문제를 이야기 하면 여성들은 ‘아기를 낳는다’는 말로 남성들의 군대 문제와 대척점에 두는 경향이 있다. 그게 서로 비교 가능한 타당성 있는 주장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려되는 점은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남성을 혐오하는 주장을 하게 되면 남성들 역시 페미니즘에 대하여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유교 중심적인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사회적 활동이 제약이 있었고, 교육, 상속, 가정에서의 지위 등이 있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은 가정에서의 아들이나 딸을 차별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딸이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아들만 둘이 경우에는 ‘조상의 저주를 받았다’라고. 그만큼 딸에 대한 애정이나 필요성을 중요시 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국가적인 측면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 시험이나 교사의 비율에서는 오히려 남성에 대한 비율을 걱정하는 단계가 오고 있다. 물론 임원의 비율이나 민간 기업에서는 아직도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게 사실이고, 임금 격차도 상당한 편이다.
여성들이 특히 남녀의 차별에 대해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성에 대한 불리함 때문이 아닐까. 아직도 우리 사회는 성에 관한한 기울어진 운동장의 기울어진 쪽을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육체적으로 남성에 비해 약한 여자들을 동등한 인간이 아닌 성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이 개선되지 않는한 그 문제는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다.
그렇다고 남녀가 서로를 증오의 대상으로 보고 극단적으로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페미니즘은 남성 혐오를 페미즘에 대한 백래시가 여성 비하나 폭력으로 서로가 평행선을 달린다면 남녀평등의 길은 좀 더 시간이 걸러야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매갈리아에서 )
서울시장 선거에서 신지예 후보 벽보나 현수막에 대한 훼손처럼 단순히 페미니즘을 내세웠다는 이유로 대화가 아닌 증오의 행동으로 나타나고, 메갈리아( 메갈리아(Megalia)는 대한민국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여성혐오를 그대로 남성에게도 반사하여 적용하는 ‘미러링’을 사회 운동 전략으로 삼아 주목을 받았다. 위키백과) 같은 사이트에서 남성에 대한 폭력이 갈채를 받는 대결로 간다면 결국 남녀평등의 취지에서 출발한 페미니즘은 쉽게 뜻을 이루기 어려울 듯하다. 서로가 비난이 아닌 건전한 대화의 공간을 만들어 서로의 이견을 좁혀 나가는 일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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