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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윤리와 재능 사이에서 망설이다산문 2018. 6. 21. 14:06
공직자의 윤리와 재능 사이에서 망설이다
안 아무개 씨는 충남지사로 두 번 연임을 하면서 도정을 잘 이끌어 평판이 좋았다( 충청남도지사 당선 이후 2014년 충청남도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이행평가에서 4년 연속 최우수(SA)등급을 받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라 외모도 출중하고 언어 구사 능력도 뛰어나서 국민들에 호감을 주었다. 두 번의 충남지사라는 경력과 말 그리고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시민들이 그를 대통령의 후보로서의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평소 페미니즘에 찬성하고, ‘미투’에도 공감을 표시해서 여성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주었다. 그런 인기를 바탕으로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해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그가 비록 후보가 되지는 못했지만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유력한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고 사람들은 전망했다. 그랬던 그가 2018년 수행 비서였던 김 아무개 씨의 성폭행 폭로가 나오면서 하루아침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경기도 성남시장을 3번이나 연임하기도 했고,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해서 안 아무개 씨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했던, 이 아무개 씨는 2018년 6월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었다. 2017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 그는 가족 사이에 벌어진 불미시설 욕설 파문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에게는 또 다른 의혹에 휩싸였다. 김 아무개 배우와 관계(사랑 혹은 불륜)가 있다는 폭로가 다른 경기도지사 후보에 의해서 제기되었다. 본인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을 했다. 그러자 김 아무개 여배우가 그런 일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자 유명 작가가 여배우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자 언론들은 때를 만났다는 듯이 이 후보에 대한 사실과 추측 기사를 내보이며 시민들에게 관심을 끌었다. 이 아무개 씨는 성남시장에 당선되어 빚더미에 앉았던 시를 바로세우고 시 살림을 잘해서 성남 시민들에게 3번이나 선택되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에 대통령이나 중앙정부와 각을 세우며 자신이 옳다 추진하는 저력과 과단성으로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또한 SNS을 가장 잘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평가받듯이 끊임없이 시민들과 소통하는 열린 시정을 운영했다.
어린 시절 집이 무척 가난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공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며 손가락을 다쳐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기도 하다. 그런 악조건을 이겨내며 고입검정고시, 대입검정을 합격한 후 장학생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그 후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다. 이렇게 흙수저에서 도지사까지 오른 입지전적(立志傳的) 인물인 그도 여러 가지 악재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의문이 생긴다. 두 사람은 각기 도지사와 시장으로서 업무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윤리적인 측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가 없다. 그렇다면 시민들은 어떤 사람을 선거에 선택해야 할까? 능력도 있고 윤리적으로도 흠결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투표를 하기 전에 망설일 수밖에 없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는 인재들을 잘 골라 쓴 사람으로 통한다. 그가 인재를 고르는 기준 중 한 가지가
‘품행이 바른 사람만이 실력을 갖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실력을 갖춘 사람만이 품행인 바른 것이 아니다. 인재를 등용하면서 품행에만 얽매이지 마라.’는 평소 신조대로 인재를 골라 썼다. 그런 인재 등용으로 인해서 삼국을 통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면 유비는 무능한 지도자였다. 재갈공명이 실질적인 지도자였고 유비는 얼굴 마담에 지나지 않았다. 재갈공명이 유비에게 간 것도 자신의 뜻대로 꿈을 펼치기에는 실질적인 권력을 직접 행사하는 조조 보다는 품행은 바르지만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그와 궁합이 맞았기 때문이다.
조조의 사람 선택 측면에서 바라보면 두 사람의 비윤리적 행동을 문제 삼지 않아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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