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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안녕한가?산문 2018. 7. 16. 15:39
당신의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는 안녕한가?
스마트폰의 효용성은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실시간 전해지는 뉴스, 정보의 획득, 소통의 수단, 그리고 소확행(小確幸)의 한 수단이 되었다. 걸아가면서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도, 운전을 할 때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스마트폰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몸에 붙어 있으며, 24시간 그림자처럼 함께 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고장이 나서 하루나 이틀 정도 몸에서 떨이지면 불편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스마트폰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급속도록 가까워진 가장 친근하고 중요한 기기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스마트폰 강박증에 걸려있는 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앞으로도 스마트폰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다. 사람들은 더욱 향상된 스마트폰의 편리성을 누릴 것이겠지만 또한 스마트폰에게 노예처럼 얽매이게 될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이 사용하는 도중에 갑자기 먹통이 되었다. 전원 스위치도 작동되지 않고 아무것도 작동이 되지 않았다. 서비스센터로 가지고 갔다. 수리하는 조 아무개 씨가 살펴보더니 메인보드가 고장이 났다고 했다. 메인보드라면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 같은 것인데 순간 불안감이 덮쳐다. 염려는 현실이 되었다. 메인보드가 나가서 아무 자료도 살릴 수가 없다고 했다. 멘붕이 되어 사정조로 물었다.
“그럼 전화번호도 살릴 수 없나요?”
“예. 어떻게 방법이 없습니다.”
난감했다. 전화번호를 다운받아 놓은 것이 없으니 당장 전화할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 카톡을 쓰는 사람은 카톡으로 연락을 하면 되겠지만 카톡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메인보드는 그날 저녁때가 되어야 들어온다면서 다음날 오전 중에 연락을 해 주겠다며 연락할 다른 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전화기를 바꾼 지 일 년이 넘지 않아서 무상으로 수리를 해 준다고 했다. 무상으로 수리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전화번호였다.
머릿속에는 어떡하면 전화번호를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고장 난 스마트폰을 버리지 않은 생각이 났다. 서랍을 뒤져 헌 스마트폰을 챙겨두었다. 다음날 오전에 전화기를 고쳤다는 전화가 왔다. 창구로 가서 헌 스마트폰을 내밀었더니 웃으면서 이거면 전화번호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전화번호를 살려주었다. 다시 이런 일이 생겨도 안전하게 전화번호를 컴퓨터에 저장해 두라고 하며 vCard 파일을 만들어 주었다. 수백 장의 사진과 기록들은 살리지 못했다.
집에 와서 전화번호를 확인해 보니 낯선 번호였다. 내 번호가 아니라 마눌님 전화번호였다. 가지고 간 헌 전화기가 내 것이 아니었다. 서랍을 뒤져 내 것을 찾아냈다. 다시 가지고 가서 미안하지만 아까 것은 내 것이 아니라고 하며 수리하는 사람에게 내밀었다. 수리하는 사람이 짜증을 낼만도 한데 웃으면서 헌 스마트폰을 받았다.
“액정이 나갔네요? 액정이 나가면 원래 전화번호 복원을 할 수 없는데 제가 임시로 고쳐서 살려보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수리하는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고마운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수명은 보통 2년이라고 말한다. 2년이 지나면 여기저기 고장이 난다고 말한다. 회사에서 일부러 사용 연한을 짧게 만들어서 고장이 나게 한다고 한다. 그래야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 말의 진위는 잘 알 수 없지만 스마트폰의 수명이 짧은 건 사실이다. 다른 가전 기기처럼 10년 넘게 써도 고장이 나지 않으면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들은 수요가 없으니 적자가 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몇 달마다 약간의 기능을 첨가해서 비싼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을 것이다. 소비자는 거기에 덩달아 춤을 추는 것일 테고.
잠시 후 조 아무개 씨가 나를 불렀다. 전화번호를 살렸고, vCard 파일도 만들었으니 컴퓨터에 저장해 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전화번호를 살렸다고 하니 정말 고마웠다.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친절이 무척 고마웠다.
“짜증이 날 수도 있는데 친절하게 대해주고 번호를 살려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서비스 센터를 나와 카페를 찾았다. 시원한 커피라도 한잔 사주고 싶었다. 한집 건너 있는 카페가 그 주변에는 보이지 않아 뙤약볕 속을 한참이나 걸었다. 냉 카페라떼 한잔을 사서 가지고 갔다. 다른 손님을 대하느라고 바빴다. 가만히 커피를 내밀었더니 웃으면 눈인사를 했다.
휴대폰의 전화번호를 컴퓨터에 저장하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먼저 전화번호를 클릭한 후, 휴대폰 오른쪽 위 동그라미 세 개 있는 곳을 클릭한다. 공유를 클릭한 후 휴대폰 왼쪽 동그라미 전체를 클릭하면 체크 표시가 뜬다. 다시 왼쪽 공유를 클릭하면 보낼 곳이 뜬다. 메일로 보내기를 한다. 메일로 보낸 전화번호는 vcf 파일로 저장되고 한글 파일도 뜬다. 이렇게 저장하면 나처럼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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