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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장고 리콜
    산문 2018. 7. 17. 16:00



    냉장고 리콜


     

          장마가 왔는가 싶었는데 쉬이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왔다. 장마는 보통 620일 경에 와서 대충 한 달쯤 한반도를 오르내리며 지루하게 비를 뿌리는데 올해는 여느 해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장마가 끝나자 온도가 급격하게 오르며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너무 더워 KTX 기차 냉방장치가 고장이 나고, 백화점 스프링클러가 불이 난 것으로 감지하고 물을 뿌리기도 하고, 시멘트 다리가 팽창하며 위로 치솟기도 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있다.

     

       가정에서도 실내 온도가 치솟아 선풍기를 틀면 시원한 바람이 나와 더위를 식혀주는 게 아니라 더운 바람이 나와 전혀 시원치가 않다. 냉장고를 열어 시원한 물이라도 한 컵 들이키면 잠시나마 뱃속이 시원하니 잠시 더위를 피할 수 있다. 냉장고가 귀할 때는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는 것도 부자들이나 할 수 있는 호사였으니 격세지감을 느끼자 않을 수 없다.

     

       2014년 냉장고를 사러 하이마트에 갔다. 좀 마음에 들어 가까이 가보면 냉장고 가격이 왜 그리 비싼지 슬그머니 다른 냉장고 앞으로 가보아도 만만치 않았다. 냉장과 냉동 기능만 충실하면 냉장고의 역할은 다 하는 것인데 왜 그리 비싼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냉장의 온도는 영상 1도 남짓에서 오르내리는 게 다 비슷하고, 냉각 온도도 영화 20도 사이에서 별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엄청난 차이가 났다. 며칠 전 우연히 전자제품 전시장에서 보니 거의 1000만원이나 하는 냉장고도 있다.

     

       판매하는 직원이 우리 행색이 돈이 없어 보였는지 대우 프라우드(PRAUD) 냉장고를 추천했다. 성능은 같은데 메이커로 인해서 가격 차이가 난다고 하며 품질에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상품의 가격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조건이 맞으면 매매가 성사되는 것이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판매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프라우드(PRAUD) 냉장고를 구입했다.

     

       용량에 비하여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당시 가정용으로는 가장 큰 용량의 냉장고라고 했다. 사용해 보니 별 이상은 없고 나름 만족했다. 그랬는데 3년이 지난 작년부터 냉장고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냉장고 돌아가는 소음이 너무 크게 들렸다. 서비스를 신청해서 기사가 왔다. 칸칸 냉각방식인데 냉동실 한곳에서 냉장고 문을 열고 닫으며 공기가 들어가 팬이 있는 부분이 얼어 팬이 돌아가며 부딪히기 때문에 소리가 난다고 했다. 음식을 들어내고 얼음을 제거했다. 그러자 냉장고는 잠잠해졌는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다시 소리가 커졌다. 다시 서비스를 신청했고 기사가 와서 다시 얼음을 제거하고 얼지 않게 그 분을 수리했다고 했다.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믿을 수밖에.

     

       한 달이 조금 지나자 냉장고가 다시 고장이 났다. 왼쪽 냉장실 문 쪽에 있는 온도를 표시하고 조절하는 곳이 번쩍거리며 에러가 떴고 경보음이 울렸다. 혹시 콘센트 부근을 건드려서 그런가 하고 플러그를 뽑았다가 다시 꼽자 소리가 멈췄다. 한 시간쯤 지났는데 다시 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몇 시간 지나 냉동실 문을 여니까 냉동이 되지 않고 냉장이 되고 있었다. 서비스를 신청하고 다음 날 기사가 왔다. 점검을 해 보더니 가스가 새고 있다고 했다. 가스를 주입해도 안 쪽에서 새고 있어 그걸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산 지 4년이 채 안 되었는데 고칠 수가 없다고 하니 짜증과 화가 겹쳐서 일어났다. 그렇지만 꾹꾹 참고 있으니까 기사 말했다.

       “저희가 수리를 나와서 수리 불가 판정을 내리면 냉장고를 바꾸어 줄 수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처리해 드릴 테니 냉장고를 산 곳에 전화를 해서 가격을 좀 알려주세요. 감각삼각을 한 후 새 냉장고로 교환을 해 드리겠습니다. 하이마트에 전화를 하니 가격을 알려주었고, 기사는 감각삼각을 해 보더니 2014년에 비해서 냉장고 가격이 인하되어 2017년에 생산된 같은 급의 냉장고로 돈을 더 내지 않고 교환해 주겠다고 했다.

     

       그날이 목요일이었는데 문제는 냉동이 안 되어 음식이 서서히 녹고 있으니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냉장고는 지금이 성수기라서 토요일이 되어야 배달될 수 있다고 했다. 어느 집 주부들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냉동실에는 전쟁이 나도 6개월은 너끈하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음식들이 얼려져 있었다. 그 사이 음식들이 녹아 상해서 버리는 일이 벌어질 듯했다. 기사가 돌아간 후 본사에 전화를 해서 딱한 사정을 이야기 하고 빨리 조치해 달라고 했더니 상담사가 자신은 그럴 위치가 아니니 담당자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전화를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조금 있다가 전화가 왔다. 담당자라고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이 아니고 우리 집에 수리를 하러 온 사람이었다. 서비스를 나온 기사가 시쳇말로 회사에서 가오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가 지금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토요일까지 배달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본사에 전화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전화가 왔다. 8시에 냉장고를 배달해 주겠다고 했다. 토요일에 온다던 냉장고가 금요일 일찍 배달되었다. 김치냉장고와 작은 냉동고에 넣어두었던 음식들을 정리하고 나니 점심때가 다 되었다. 이틀 사이 냉장고가 고장으로 녹고 있는 음식 때문에 난리가 났지만 빨리 해결되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음식을 정리한 후 서비스를 나왔던 기사에게 냉장고가 빨리 배달되도록 힘써 주어서 고맙다는 전화를 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리콜이 안 해주기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자동차를 샀는데 심각한 고장이 나서 수리를 받아도 또 받아도 고장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환을 해 주지 않자 회사 앞으로 차를 가지고 가서 불을 지르는 소비자도 있었다. 팔 때 태도 다르고 고장 났을 때 태도가 다른 대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냉장고 리콜 사례를 검색해 보았다. 2009년 삼성 냉장고가 폭발하고 나서 판매된 21만대의 냉장고를 무상 수리해 주는 자진 리콜이 있었다고 한다. 2016LG 싱싱 냉장고에서 성에 제거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환불, 교환, 무상 수리를 해 준적이 있다고 했다.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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