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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지던 날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영 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어찌 이 땅에 영변의 약산 진달래뿐이랴.
동네 뒷산에도 앞산에도 진달래가 피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든, 지겨워서 가든 진달래꽃을 따다 뿌려주고 사뿐히 즈려밟고
걸어가게 할 지고지순한 사랑 있을까.
사랑에 취해 몽롱하게 행복했다가 헤어지고 난 후 원망하고 미워하며 아파하는 사랑에 총 맞은 사람들.
사랑은 허망하고 부질없는 돌아서면 아픔인 것을.
사랑이 아프거든 가까운 산에 올라 껍데기만 남은 산을 물들이고, 채우는 진달꽃을 보며 사랑하자.
첫 만남, 첫 눈빛, 첫 입맞춤, 첫사랑으로 설레던 날들을 기억하며 꽃잎마다에 진실한 언어로 편지를 쓰자.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을 모래성을 쌓듯 다독이며 이야기 하자.
세월 따라 하릴없이 꽃잎이 질 때 내 생도 그렇게 아름답게 저물도록.
마지막 사랑
산에서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매다가 세 갈래의 길을 만났다.
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다 맨 아래쪽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희붐한 여명 속 저만큼에 진달래꽃이 보여 그 길을 선택했다.
처음 피는 진달래꽃,
첫 만남 첫사랑 첫 입맞춤 같은.
기억 속에서 지워진 어디쯤 있을
그녀의 첫 눈빛은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던가
아니 립스틱 바르지 않은 입술이었던가.
가파른 길을 따라 걷자 진달래꽃 눈이 마주쳤다.
그 중 제일 예쁜 꽃
있었다. 가시덤불 속.
그건 불륜이었다.
다시 두 개의 길이 나타났다.
주저 없이 진달래꽃이 보이는 길을 따라 걷자 잃었던 길이
있었다.
산 아래에서 큰길로 가지 않고 맞은편 좁은 오르막길을
천천히 걸었다. 오르막 길에 올라
평탄한 길을 얼마쯤 걸었을까.
진달래꽃이 무더기로 핀 채 막 떠오르는 햇빛에 반짝였다.
한 진달래꽃 앞에 서자 진달래꽃이
미세하게 떨었다.
설렘!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사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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