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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안의 비굴함
    평행선 눈 2019. 1. 7. 14:06


    우리 안의 비굴함

     

     

     

     

           누구나 강한 것들 앞에 서면 지레 겁을 먹고 움츠리게 된다. 당당히 맞서서 자신의 의사를 말하다가 혹시 손해를 보지 않을까 하고 이리저리 저울질을 하기도 한다. 속으로는 자신의 비굴함에 자존심이 상해도 그럴싸한 이유를 달아 자신의 용기 없는 행동을 합리화하곤 한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자존에 대한 갈망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동은 비굴해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때 갈등에 빠지곤 한다.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은 개인은 물론이고, 국민 또는 국가라는 범주 속에서도 약자로서의 비굴함 때문에 분노를 느끼면서 살고 있다. 우리가 국민으로서 자존심을 가지지 못하고 오히려 다른 나라에게 무시당하며 살고 있다는 자각 증상은 암 환자가 느끼는 통증처럼 참기가 어렵다.


       우리는 해방이후 미국에게 많은 짐을 지고 있다. 일제강점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 일본이 미국에 항복하면서 얻은 어부지리 같은 것이었다. 우리 의지와 행동으로 나라를 찾지 못한 다행이면서도 불행한 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미국은 한반도 분단이라는 책임을 지고 있기도 하다. 해방 이후 그리고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가난한 우리나라에게 미국은 무상 원조를 제공했고,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죽어가던 많은 아이들이 우유와 옥수수를 먹고 목숨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후 우리는 정치, 경제, 학문 등 모든 분야에서 미국을 가장 많이 닮은 나라가 되었고, 이제는 그래도 경제규모에서 10위권을 넘나드는 나라가 되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직도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주적으로 나라를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분단이라는 비극적 상황과 주변에 일본, 중국, 러시아라는 강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북문제에서도 당사자인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북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지금 우리는 미국만 바라볼 수에 없는 처지다. 생각해보면 자존심 상하고 창피한 일지지만 이를 해결할 묘수도 가지고 있지 않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이런 처지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과 보수를 자처하는 일부 정치인과 국민들은 친미를 넘어서는 숭미(崇美)를 하며 영혼마자 송두리째 내주고 있다

     

       우리의 처지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에 의지를 하고 있을지언정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스스로 나는 당신의 하복이요.’ 하는 태도는 이 땅에 사는 후손들에게도 결코 보일 자세가 아니다.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가지고 있지 않는데 상대가 우리를 존중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905년 미국과 일본이 가쓰라 태프트 밀약을 하면서 미국은 필리핀을, 일본은 조선을 침략을 묵인한다는 제국주의적 약속이었다. 이때 우리가 존경해마지 않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런 망언을 남겼다.


      “우정이란 제대로 지킬 힘을 지닌 상대끼리 가능한 것이다. 한국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주먹 한번 휘두르지 못했다.”


       당시 두 나라의 입장은 정의나 윤리 하다못해 상호존중 같은 말이 사치스러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조선 오백 년 동안 중국에 대한 사대사상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배어버린 유전자는 개명한 21세기에 와서도 여전히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악령으로 남아있다. 신 사대주의라고 밖에 할 수 없는 행동들이 아직도 넘쳐나고 있다. 비록 우리가 강대국이 아니어서 우리의 주장과 우리의 논리를 내세울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자기 검열을 해서 비굴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것은 자주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의 처지와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비굴한 태도로 자기 검열을 하며 국민적 자존심을 짓밟는 말과 행동은 제발 하지 않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새해 아침에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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